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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Nov 01. 2020

목적의 일원화, 표현의 다원화

젊은 문학도로서 이 시대에 발 맞추기

"목적의 일원화, 표현의 다원화" 이것은 소설가로서 나의 2020년 문학적 슬로건이다.


흔히 소설가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고착화되어 있다. 골방에서 거북이처럼 고개를 내민 채 낡은 노트북을 바라보며 씨름하는 모습. 사실 맞다. 그것이 집필에 매진하는 소설가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거나, 문학대회에서 수상하거나, 또 대형 출판사에 투고가 받아들여지는 상상을 하며. 그런 길을 십 년 정도 걸어온 결과 그것은 굉장히 스스로에게 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학에 헌신하는 것은 좋지만 만 명 중 한 명이 되지 못하면 그 자신은 점점 퇴화되고 망가져 간다. 연이은 실패와 거절은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소통의 부재는 유머감각을 상실하게 만들며, 인간관계의 부재는 사회적 감각을 퇴화시킨다.


작가로서의 어느 날.



오늘날은 크리에이터의 시대이다.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제 시대의 언어를 만들어내던 공중파는 이제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의 콘텐츠에 자리를 조금씩 비켜주고 있다. 시대가 이러할진대 고리타분한 소설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끊임없이 읽고 사유하고 창작하는 본질은 고수해야 하지만, 소설가도 이제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사상을 더 견고하게 하며, 소통할 수 있는 독자들을 조금씩 찾아가야 한다. 이 시대의 이점은 성장하고 있는 지금 그대로의 나로 세상에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기존의 시스템은 늘 갑자기를 꿈꾸게 했다. 한 번에 등단하고, 작가로서 왕도를 걷게 되는 그런. 그래서 그렇게 되지 못해 늘 조급했고 불안했으며 또 불행했다. 이제는 새 시대의 문학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소설가로서 세상을 진단하고 내린 판단은 "목적의 일원화, 표현의 다원화"였다. 문학을 하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세상의 조류와 호흡하며, 독자를 스스로 찾아가며 소설가로서 조금씩 성장해보자는 의미였다. 그것은 문학을 한다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것의 표현을 다양한 형태로 구현해보자는 것이었다.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이며 메시지이고 메타포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다른 예술이 될 수 있는 원석이 된다.


물론 단행본을 꾸준하게 출판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두 번의 출판을 했다. 첫 번째는 장편소설 『레지스탕스』의 2쇄였고, 두 번째는 시집 『경계에서』의 첫 출판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런치와 블로그도 시작했다. 흩어지기 쉬운 생각들의 파편들을 한데 모아 에세이의 형태로 담아둔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단편소설을 오디오북의 형태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클리우라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것은 주간 소설지 프로젝트로 매주 구독자에게 우편을 통해 단편소설 한 편씩을 발송해주는 오프라인 구독 시스템이다.



위클리우 시즌2의 소착자



위클리우의 경우에는 지난 5월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으며, 이번에는 시즌2를 시작했다. 매주 발송되는 네 편의 소설을 직접 집필한 것과 더불어 소책자부터 봉투, 우표까지 모두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해 완성했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색채가 가득 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라는 책임감은 각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독자들이 곧바로 읽는 작품이기에 더 신경 써서 구상하고 집필하고 또 퇴고하게 된다. 사실 위클리우 시즌1의 호응이 생각보다 좋았고, 이를 계기로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연재했던 단편소설들을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새로이 연재하게 되었다.



주간 소설지 위클리우 시즌2


골방에 틀어박힌 소설가가 되긴 싫었다. 소설가는 인간과 세상을 이야기하는 직업이기에 방 안에만 틀어박혀 노트북만 마주하고 있다고 좋은 글이 결코 나올 수 없다. 세상의 조류를 호흡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깊이있는 독서로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언어로 사유하며 독자적인 사상을 쌓아가야 한다. "목적의 일원화, 표현의 다원화!" 사실 나의 방향성은 길도 없는 밀림을 나아가는 기분이다. 그저 견월망지의 자세처럼 목적지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잊은 채 목적지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만 같다. 과연 나는 이 길의 끝에 지금보다 더 짙은 색깔을 지닌 괜찮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위클리우 시즌2 구경하기  : https://smartstore.naver.com/mongsangbooks/products/5169560007

위클리우 시즌2 소개영상 : https://youtu.be/XW6xVwKMy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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