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메타로 사명을 바꿨을까
페이스북이 창립된 지 18년 만에 사명을 '메타(Meta)'로 바꿨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그동안 페이스북이 형성해 온 기존의 SNS 체계, 즉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세계를 탈피해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의지를 변경된 사명, '메타'에 담아 전 세계에 공표한 셈이다. 페이스북만 해도 사용자가 이미 27억 명의 육박하며 대략적으로 전 세계 인구의 1/3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SNS 공간이다. 이제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 기업, 비영리단체, 관공서, 심지어 청와대와 백악관마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소식을 세상에 알리는 채널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페이스북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파급력에 있어서는 세상 그 어느 매체보다 강력하다. 가령 2010년 중동 및 북아프리카를 뒤흔들었던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은 페이스북이 그 기폭제가 되었다. 단순히 튀니지에 있었던 반정부 시위가 젊은이들 사이에 페이스북을 타고 북아프리카는 물론 중동에까지 퍼진 것이었다. 반대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페이스북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파급력 때문에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러한 공고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이것을 초월한 새로운 메타버스를 위해 사명까지 바꾸었다.
기존의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실체가 없는 개념의 공간이다. 가상의 공간에 계정을 만들어 그곳에 사용자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것이다. 계정에 게시되는 프로필 사진과 아이디, 팔로워 수, 게시물의 이미지가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이든, 명품 브랜드든, 백악관이든 동일하다. 그래서 한 계정은 한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하고, 기업과 단체 그리고 관공서까지 대변할 수 있다. 관공서의 계정은 '나'의 계정과 동일한 형태이기에 우리는 한 계정 내에 산재한 이미지를 통해 개념으로 해당 사용자의 이미지를 지각한다. 동일한 형태의 페이지이지만 이것이 개인인지 단체인지 기관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다르다. 동일한 페이지에 개념을 구현해 놓은 게 아닌, 현실과 동일한 형태를 가진 가상공간이다. 이곳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던 계정들은 이제 다른 형태로 구현된다. 가령 의류 브랜드는 이곳에 옷을 직접 살펴보고 쇼핑할 수 있는 매장으로 구현될 것이고, 전자기기 회사는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매장으로, 은행은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개인은 하나의 캐릭터로 구현될 것이다. 개념이 아닌 감각으로 지각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가 그야말로 가상 세계였다면, 메타버스는 현실을 심층적으로 확장하는 또 다른 현실이 될 것이다. 정말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페이스북은 이미 공개된 메타버스 공간인 '호라이즌' 개발을 위해 6천 명의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유튜브에는 호라이즌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유저들의 영상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원탁에 모여 회의를 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컴퓨터 화면을 서로에게 보여준다. 또 누군가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화면 앞에 서서 프레젠테이션과 강의를 하는가 하며, 스크린 위에 그림을 그리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웃고 있는 표정과 제스처까지 그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실생활의 다양한 면들을 호라이즌에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친목 모임부터 중요한 미팅, 기업 회의, 쇼핑, 그리고 학교 강의까지 말이다.
페이스북은 호라이즌에서 사용할 화폐인 디엠(Diem)까지 발행하겠다고 공표했다. 디엠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로 호라이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 모바일 등에서 결제할 수 있는 화폐라고 한다. 인베스팅 닷컴은 월평균 이용자가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 분포한 27억 명에 달하기에 궁극적으로 디엠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화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어째서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꿨는지 그 야심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메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현실의 차원을 확장할 것이다. 이건 아주 먼 미래가 아닌,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일일 것이다.
페이스북은 오늘을 바꿨고, 메타는 이제 내일을 바꾸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