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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Mar 08. 2022

오늘날, 소설가의 방향성에 대하여

두 번의 북페어에서 창작자로 느꼈던 경험

안녕하세요, 이우입니다.


지난 주말, 커넥티드 북페어에 참여했어요. 북페어는 다양한 출판사,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자신의 창작물을 소개하는 출판계의 작은 축제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번에 소설가로 참여했어요. 북페어에 참가하는 건 두 번째 경험이에요. 처음으로 북페어에 참가했던 건 4년 전이었답니다.


4년 전 출간했던 『레지스탕스』 와 함께, 북페어의 현장에서.


그 당시에는 첫 출간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레지스탕스』 한 권만 들고 참여했어요. 첫 북페어 경험은 굉장히 설레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했던 경험이었어요. 사실 창작자는 세상과 대중들에게 창작물로만 소개되기 마련이잖아요. 가령 영화나 웹툰 그리고 미술작품들은 창작물 그 자체로 세상에 소개되고 창작자는 창작물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죠. 그래서 첫 북페어 선뜻 나서는 게 설레면서도 두려웠어요. 나는 창작물을 통해 할 말을 다 했는데, 독자들 앞에서 어떻게 창작물을 어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가득 차 있었죠.


4년 전에는 북페어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방문했지만, 제 창작물을 열심히 소개하지 못했어요. 그런 자리가 처음이기도 했고, 예술가는 체통을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도 해서였죠. 어딘가 제 창작물을 스스로 소개하는 게 부끄럽고, 제 역할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많은 방문객들이 지나갔지만 제 창작물에 대해 소개는 커녕 챙겨 온 책만 읽으며 다들 떠나보내고 말았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챙겨온 책을 거의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가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번 북페어에는 마음 가짐이 달라졌어요. 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죠. 우선 네 권의 책을 출간했고, 많은 독자들과 작품으로 소통하다보니 마음이 유연해졌어요.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서 애정을 담아 소개하는 데에도 익숙해졌죠. 그리고 북페어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어요. 이제 저는 북페어란 창작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무대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썼고, 어떤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또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죠.


북페어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자리에 앉지도 않고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제 부스에 오시는 분들께 작은 굿즈도 선물하고, 창작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또 창작물 이외에 제가 하고 있는 팟캐스트 라던지 유튜브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북페어에서 책 몇 권 파는 일 보다, 창작자로서의 제 자신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가가니 오히려 독자분들도 편한 마음으로 부스에 머물다가 가시더라구요. 그 결과 끼니도 못 챙겼지만, 정말 많은 독자들과 소통을 하게 됐어요.


시간을 내어 방문해주신 독자분들도 많았어요. 읽은 책을 들고 오셔서 사인해 달라고 하신 분도, 책은 읽지 않았지만 오셔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화이팅을 외쳐주신 분도, 자리가 빛났으면 좋겠다고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주신 분도, 케익과 커피, 그리고 음료수를 들고 찾아오신 분도, 멀리서 지켜만 보고 갔다고 인스타그램으로 디엠을 주신 분도, 카메라를 챙겨 와 멋진 사진을 찍고 보내주신 분도 계셨답니다. 낯선 만남만을 생각하고 갔지만 저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더 힘이 났던 시간이었어요.



나 자신을 소개하고, 독자들과의 만남을 첫째로 여겼더니 부차적으로 여겼던 책 판매도,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유튜브 구독자도 정말 많이 늘었어요. 진심으로 다가갔더니 창작자로서의 제게도, 혼신을 담은 창작물에도, 열정을 담은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거였죠. 저는 4년 만에 생각이 이렇게 바꼈답니다. 창작자도 이제 적극적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소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SNS의 급속한 발전을 미디어의 눈부신 진화로 기존의 소통의 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소설가도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이번 북페어를 통해 행동으로 실천해봤습니다. 생각과 변화는 제 자신에게 아주 옳은 방향이었습니다. 이번 북페어에는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북페어를 위해 포스터도 만들어서 참가했어요. 왜 소설가 이우인가! 라는 슬로건을 담은 포스터 입니다. 이 포스터에는 작가로서 저의 방향성을 담은 문장도 함께 새겨 넣었어요. "읽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읽어야 할 이우는 있다" 북페어 내내 읽어야 할 이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이 방향성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이번 북페어는 제게 이정표 같은 행사였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대중과 소통을 해야 할 지, 또 어떤 작품을 집필해야 할 지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책을 구매해 주셨어요. 수익금이 많았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죠. 저는 주말동안 끼니도 거르며 벌었던 이 북페어의 수익금을 제 노고와 보람이라기 보다는, 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세상으로 나아가며 드러난 설득력 내지는 영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과 독자들의 관심의 반증이었던 수익금을 더 의미있는 일에 사용했답니다. 여기서는 세상의 선과 정의를 향해 사용했다고만 이야기하고 다음에 이 소식을 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북페어를 주최해 주신 커넥티드 북스토어의 관계자 분들, 귀한시간 내어 북페어에 와 주신 분들, 그리고 저와 인연을 갖게 된 분들까지 모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육체적으로는 조금 지쳤지만, 마음만은 풍성했던 북페어를 마무리하며 :)


소설가 답게, 멋진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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