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길 위에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 Jul 18. 2018

모험을 찾아 이란에 가다

이란 여행 에세이 7부작, 그 시작

모험을 찾아 이란에 가다


- 이란 여행 에세이 7부작의 에필로그
- 이 시대, 더 이상의 모험은 없다?
-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하다
- 테헤란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다



모험을 하고 싶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모험을 하고 싶었다.



세상을 떠돌던 중이었다. 모험을 하고 싶었다. 모로코에서 일 년을 지냈다. 밀라노에서 한 달을 보냈다. 파리에서 한 달을 보냈다. 그리스에서 한 달을 보냈다. 더 낯설고 거친 곳으로 가고 싶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모험을 하고 싶었다. 지리도, 환경도,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풍습도 전혀 생소한 미개척지를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철저하게 괴리되고 싶었다.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이방인이 되어보고 싶었다. 낯선 세상에서 괴리됨으로써 내가 한층 짙어질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늘날 ‘미개척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젤란이나 콜럼버스 같은 대(大)모험가와, 제국주의의 야심이 세상 모든 미개척지를 정복하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암스트롱은 저 하늘의 달을, 아문센은 극지방을 탐험했다. 게다가 오늘날 세상은 좀처럼 낯설지가 않다. 얼마 전까지 다큐멘터리는 낯선 세상을 스크린에 담아 보여주곤 했다. 여전히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 친숙하기 그지없는 예능 프로그램이 세상을 정복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친근해지고 있다. 과연 이 세상 우리에게 남겨진 모험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이런 세상일진데 고작 몽상에 젖어있는 젊은이에 불과한 내가 어떤 야심찬 모험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모험의 냄새, 모험의 맛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모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험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까. 모두가 가기 꺼려하는, 누구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그곳이 분명 이 세상에서 ‘상대적’으로 낯선 곳일 터였다. 그리고 모험이 있을 터였다. 지도에서 그런 곳을 찾아보았다. 위험이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모험을 하고 싶었기에.


이란으로 가기로 했다. 187개국을 방문할 수 있는 한국 여권으로도 갈 수 없는 곳, 도널드 트럼프가 테러 지원국이라고 비난한,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의한 핵보유국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핵을 보유한,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은 나라. 이슬람의 세계, 페르시아인들의 세계, 페르시아어(語)의 세계, 천일야화의 세계.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상상만으로도 위험하고 와일드한 모험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어쩌면 모험의 정취 속에서 정말 모험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나는 이란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이한 동물원, 공간의 제약, 그리고 정형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