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들은 괜찮을까

by 이진영

터미널 앞 건물 엘리베이터는 늘 삼층에 멈춰 있다. 도착한 그곳은 늘 조용히 복작인다.


정신과를 다닌 지는 세 달이 됐다. 증상이 나타난 지는 일 년 정도 됐는데, 미루고 미루다 병을 키웠다. 덕분에 이 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 이십여 분 상담을 하고, 약을 타 오는 게 그날의 일과다. 나는 늘 무기력하고, 그래서 밥을 챙겨 먹고 약을 털어 넣는 일련의 과정은 자주 생략된다.


그 때문일까. 약은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날마다 약보다는 상담을 기대하게 된다. 그동안의 걱정과 설움, 답답함을 토로하고 나면 잠시라도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응어리가 풀어진 느낌은 늘 해방감을 준다.


하루는 상담을 하다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울렁대며 떨리던 목소리는 금세 울음 섞인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당황한 나머지, 울며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눈물을 보여서, 내 치부를 가리지 않고 말해서,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엎드려 울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고 죄송했다.


선생님은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곧고 강직한 눈으로 조언을 해 주셨다. 힘주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들을 강조하셨다. 그럼에도 감정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상담을 마쳤다. 약을 받으려고 데스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진료실 안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다른 환자에게 진지하게 조언을 해 주시고 계셨던 것이다.


순간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선생님. 다른 사람이 울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선생님. 다른 사람에게 곧은 눈빛으로 조언해주는 선생님. 그것이 그의 직업이자 직무임에도, 스치듯 못된 감정이 들었다. 나는 그저 흘러가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든 것을 털어놨지만, 그는 집에 가기 전 모든 감정과 생각을 덜어두고 갈 것이다. 그래야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테니까.


정신과 의사들은 괜찮을까.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삼켜야 하는 것이. 병원에서마저 애정 결핍 증세를 보이는 사람을 어르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걱정과 불안, 고민에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줘야 하는 것이. 아픈 사람을 달래는 일은 늘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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