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고양이는

by 이진영

비가 오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도로에 거무스름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제만 해도 축 늘어진 고양이가 누워있던 자리다.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어제의 상황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고양이는 제 몸보다 훨씬 작은 피 웅덩이를 만든 채 죽어 있었다. 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결코 그렇게 끝날 목숨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쇳덩이에 뭉개진 채 도로에서 마지막 숨을 뱉고 싶지는 않을 테니. 그러나 그 고양이는 아프게 또 외롭게 죽어 버렸다.


그렇게 식어버린 몸을 치워주는 이는 없었다. 차들은 도로의 핏덩이를 슬슬 피했다. 그 행태에서는 작은 짐승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차바퀴에 터지고 짓이겨진 동물의 일부가 묻는 게 싫어 보였다. 그러나 나 또한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것을 욕보이지 않게 수습해 줄 용기가 없었으니. 결국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체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다른 길고양이를 만났다. 눈에 익은 녀석이었다. 녀석은 나를 알아보고 야옹거리며 무릎에 얼굴을 비볐다. 배를 보이며 아양을 떠는 고양이를 가만히 쓸어줬다. 잠깐 기다려, 외치고는 고양이용 캔 하나를 따 줬다. 고양이는 찹찹대며 먹더니 홀연히 떠났다.


훌쩍 왔다 훌쩍 떠나버린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 아이도 언젠가 죽을 것이다. 차에 치이든, 오래 굶든, 못된 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든 간에. 필연적으로 길거리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때 나는 저 작고 가여운 짐승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


죽어버린 몸조차 건사해주지 못했던 도로의 고양이를 생각한다. 또 주린 배를 채워줬던 또 다른 고양이를 생각한다. 죽음에는 눈 감고 삶만 바라보는 나는, 그들을 귀여워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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