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사람의 표정이 싫다.
표정의 힘은 강력하다. 과일 노점상과 / 화장실 청소부와 / 부잣집 입주 도우미는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인종도, 성별도, 나이대도 다른 그들은 삶에 치인 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것은 나와 내 가족의 표정이기도 하다. 삶의 곳곳에서 원치 않는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얼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짐짝처럼 꾸역꾸역 실린 채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몸뚱이가 받는 취급을 따라가는지, 그네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없다. 그저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소음에 잠식된 채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다.
나도 그중의 하나가 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반대편 열차와 마주쳤다. 까만 하늘에 노랗게 빛나는 지하철 불빛이 비현실적이었다. 꿈결 같은 풍경 아래, 눈빛이 죽은 사람들이 이질적으로 어우러졌다. 혼란스러운 광경이었다.
창 뒤로 어른거리는 사람들을 들여다봤다. 저들은 내가 지나온 길을 향해 달리고, 나는 그들이 버린 곳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가. 눈빛을 죽여가면서까지. 몸뚱이를 몸뚱이답게 굴리지 못하면서까지.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까지.
우리가 겹쳐지는 잠깐의 순간에, 나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