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병원 앞에서는 사계절 내내 민들레를 볼 수 있다. 늘 같은 곳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들이다. 그분들은 나물바구니를 늘어놓고 오도카니 앉아 계신다. 텅 빈 눈들을 차마 마주할 수 없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흘끗 본 그분들의 머리는 잿빛 섞인 흰색이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먼지 색 머리칼이 하얗게 흩날린다. 그 아래 깡마르고 자그만 몸이 구겨져 있다. 그 모양새가 꼭 땅에서 돋아난 것 같다. 뿌리가 박힌 듯 움직이지 못하는 민들레. 깡마른 몸뚱이를 가진 민들레. 후 불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민들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내게도 민들레 같은 존재가 있다. 입술을 달막거리며 말해 본다, 우리 엄마다.
엄마의 인생은 마흔세 살에 뒤집어졌다. 아빠의 사업 욕심에 연고도 없는 광양으로 내려온 것이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엄마는 한순간에 모든 인간관계를 잃었다. 엄마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이 오직 우리뿐이었다. 우리를 위해서라도, 텅 빈 마음을 여미고 주어진 일을 해 내야만 했다.
저녁도 주말도 없이 일한 게 벌써 팔 년째다. 엄마는 아침 아홉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하루 열네 시간을 가게에서 보낸다. 아프신 외할머니를 보러 갈 여유조차 없다. 소처럼 일하다 쓰러지듯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 한 달, 일 년이 가 있다. 그렇게 엄마는 살아가고 늙어간다.
요새 엄마의 머리가 눈에 띄게 희끗희끗해졌다. 눈가와 입가의 굵은 선도 부쩍 늘었다. 작아진 등에서 민들레 할머니들이 겹쳐 보인다. 인위적으로 하얀 조명과 바닥, 그곳에서 외로움을 먹고 돋아난 풀꽃 같다. 하루가 시작할 때 나가, 그 하루가 끝나기 직전 돌아오는 인생에서는 일 년 내내 겨울 냄새가 난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존재이길래, 엄마는 자신을 구길 대로 구기다 흙으로 돌아가려 하는가. 괜히 묵직한 숨을 뱉게 된다.
나의 민들레가 활짝 필 봄이 왔으면 좋겠다. 홀씨나마 훨훨 날려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그날이 오면, 민들레를 위해 기꺼이 한 숨을 불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