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기도

by 이진영

실수로 녹음한 파일을 발견했다. 강의를 녹음하려고 켜 둔 것을 잊은 모양이다. 네 목소리를 띄엄띄엄 듣다 멈췄다. 이제는 낯설어진 목소리가 선명했다. 지워야 하는데 지울 수 없었다. 몰랐는데 사투리 억양이 있었구나. 말끝에는 다정함과 피곤함이 동시에 묻어 나오는 사람이었구나. 혼자 남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백색소음만 가득했다. 고요하고도 고요해서, 내 세상에는 너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네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너는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길을 가려고 했다. 결국 그깟 믿음에 나를 저버렸다. 마지막 통화에서마저 너는 끊임없이 선을 그었다. 네가 내지르는 말은 날카롭지 않았다. 둔탁하게 머리를 때릴 뿐. 돌려 물어도, 직접적으로 물어도 대답은 같았다. 열네번째 가던 신호가 네 손에서 끊겼다. 이미 밀려날 대로 밀려난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우리의 엇갈린 목적은 끝이 났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숨을 몰아쉬었다. 도리질을 해보고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나는 상처를 직면해 아파야 곪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거짓을 부정당하기 싫어 문제를 직면하지 않으려는 너와는 다르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새 너의 가짜 기도를 따라하고 있었다. 모은 손 위에 머리를 대고 중얼거렸다. 내 가짜와 너의 가짜는 다를 게 없다.


머리가 울리지 않으려면 너를 따라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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