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돋았다. 어느새 사랑할 나이였다.
먼저 자라난 놈이 자꾸만 여린 살을 물더니, 결국에 사달이 났다. 노란 고름이 오르고 잇몸이 부풀었다. 밥을 씹어 삼킬 수 없을 지경이 돼서야 미적미적 치과에 갔다.
삐뚤게 난 놈은 가는 길까지 밉살스러웠다. 괜히 감싸고 있던 잇몸만 고생이었다. 한창때는 퉁퉁 부었다가, 결국 기계에 갈가리 찢기는 신세. 상처가 아물 때쯤 빈 자리를 들여다봤다. 볼썽사납게 패인 자리에 얼기설기 꿰맨 실이 징그러웠다. 너는 나한테 상처만 주는 괘씸한 놈이구나- 아직 얼얼한 뺨을 붙잡고 생각했다.
자리를 잘못 잡은 치아 따위를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미친 걸까. 텅 빈 입안 한 구석을 보고 네가 겹쳐 보였다. 함께할 때는 마음에 고름이 차게 하고, 떠나서는 마음을 찢어발기더니, 돌아올 기미도 없이 폭 팬 상처만 남겨둔 사람. 지금 와서 울며 네게 따질 수는 없다. 내 안의 이가 자랄 동안, 그 짧은 새 너는 훌쩍 자라 말끔한 얼굴로 떠났으니.
이제 내게 너는 죽은 사람이다. 어려서 죽은 아이의 뼈처럼 다시는 자라지 못한다. 이제는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 그래도 나는 기억 속의 너를 꺼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기억 속의 너는 늘 젊고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