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역설적으로 파랑이 가득한 캔트비블루

깊은 바다를 헤엄쳐 나와서 파란 하늘로

by 지연

can't be blue. 밴드명에서부터 파랑에 잠식될 수 없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주로 사랑의 감정을 다루는 캔트비블루는 권태나 이별의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미 달라진 네 말투가 지긋지긋하다고 중얼거리다가도, 우리가 다시 못 보게 되더라도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겠다며 소리친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많은 감정이 낯설 수밖에 없는 청춘이기에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동시에 서투르고 충동적이다.


라이브 영상을 틀자마자 가사가 그토록 위태로우면서도 열정적인 이유를 이해했다. 전부 어린 티가 나는 모습들이었다. 앳된 얼굴의 멤버들을 보며 결성된 지 1년 된 신생 밴드이자 방황하는 청춘인 '캔트비블루'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그들은 현재 겪고 있는 감정과 고민들을 솔직하고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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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0일에 싱글 1집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로 데뷔했다. 소속사도 없는 신생 밴드가 몇 개월 만에 뮤비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탔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도 'CMYK X JUMF'에서 준우승을 하였으며, '인디스땅스' 결선 진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아직까지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인조 밴드로, 03년생부터 05년생까지의 또래 멤버들로 이루어져 있다. 멤버들의 대다수는 대학교 동기 사이였는데 함께 곡 작업을 하다가 문득 '밴드를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데뷔 두 달 만에 페스티벌에 서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캔트비블루의 음악 중에서 좋아하는 3곡을 추천하고자 한다. 진심으로 아끼는 음악들을 시간 내서 소개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신에게 해당 밴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이유를 납득시키고, '앞으로 가장 완벽한 메인스트림에 서고 싶다'는 꿈을 함께 응원하자고 권하고 싶다.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
사랑이 정말 전부 다겠어
말해줄게 다시
몇번이고 다신
우리가 못 보게 되더라도


청춘의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지만 사랑 자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래서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 역시 권태에 대해 다루고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번 정도 반복 재생을 해보니 뭔가 이질감이 들어서 앞자리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던 동생을 불렀다.


'조금만 웃어봐 줄 순 없겠니'라고 하면서 슬퍼하기에 상대가 식었나 보다 했는데 'Hey baby 끝까지 넌 한결 같았으니까'라더라. 하자 가만히 가사를 보던 동생이 대답했다. '처음부터 여자가 별로 안 사랑했네.'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사랑을 갈구하던 화자가 지쳐버린 내용이 분명했다.


공식 뮤직비디오에서 '파상풍 걸릴 것만 같은 노래'라고 하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다면 기꺼이 파상풍에 걸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눈에 널 사랑할 수는 없었을까



전부를 약속했는데
전부조차도 부족해
내 곁에 머물러만 준다면 난
이상이 될게


캔트비블루는 우울한 가사에 템포감있는 곡을 엮어서 대조를 주곤 한다. 가사로 현실에서의 우울한 모습을 표현하면서 곡으로는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첫눈에 널 사랑할 수는 없었을까」는 밴드의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두드러지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움과 후회가 묻어나는 무거운 내용이지만 노래 자체는 여름 특유의 청량함이 느껴진다. 거칠면서도 탁 트인 듯한 보컬의 목소리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며 진가를 찾는 곡이다.


그러니 무더위가 지나기 전에 해당 곡을 들으며 빠르게 도망가는 청춘을 붙잡아보기를 추천한다.




sick of you



어제 밤에 인스타를 꺼놨어
괜히 자존심 때문이라도 더
신경 안쓰는 척 스토리를 올려
Cause we got every answers on the floor


'좋은 사랑이든 슬픈 사랑이든 사랑은 사람의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


멤버인 도훈의 생각이자 'sick of you'가 수록된 「Blue Vinyl」 앨범의 주제이다. 앨범 아트 역시 종이가 접혔다가 펴진 이미지로, 종이를 접으면 다시 펼 수는 있어도 접힌 자국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노래 역시 한번 들으면 고막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당장 위의 재생 버튼을 눌러서 「sick of you」를 최대한 많이 재생해 보기를 추천한다. 되도록이면 깊은 자국이 남도록.




can be blue


파랑에서 벗어나려 누구보다 노력하지만 그 누구보다 푸른 밴드라고 생각한다. 눈앞이 캄캄한 깊은 바다에 잠겨있다가도 어느샌가 헤엄쳐 나와서 파란 하늘로 비상하더라. 파랑을 벗어나서 닿은 곳이 여전히 푸른색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쾌청한 기분이 들게 하는 여름날의 파랑을 대놓고 뿜어내면서 'can't be blue'라고 외치니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마냥 밝을 수만은 청춘의 푸르고 아린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밴드, 캔트비블루. 한창 방황 중인 그들에게 'can be blue'도 괜찮다고 한 번쯤은 말하고 싶다. 캔트비블루가 마침내 닿을 파랑은 분명 눈부시게 환하고 밝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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