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수상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그 후 1

by 이예은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브런치팀에서 보내는 이 설레는 제목의 이메일을 몇 번인가 받아본 적이 있다. ‘작가에게 제안하기’ 버튼을 눌러 누군가 나에게 연락했다는 뜻인데, 이 기능을 통해 출간 제의뿐 아니라 강의나 콘텐츠 협업 등 다양한 기회가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내게 왔던 제안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전에 출간한 여행책과 관련해 ‘작가와 함께하는 투어 상품’ 개발을 제안받았고, 브런치북 <서른, 나답게 살아지기 시작했다>에 취업 활동기를 올린 후에는 온라인 진로 강의 의뢰를, 그리고 브런치 매거진 <주관적인 여행 칼럼>에 부산 여행기를 기록하고 나서는 잡지 원고 청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여러 제안이 들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것도 성사되지는 않았다. 여행 프로그램은 어차피 시기적으로도 중단될 운명이었고, 강의는 내가 진로에 관해 누군가에게 조언할 입장이 아니었으며, 부산 여행 원고는 원고료에 관한 언급이 없어 떨떠름하던 차에 잡지 측에서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 상품과 강의에 관해서는, 얼굴을 드러내고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종횡무진할 의향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같은 제목의 이메일을 받아도 큰 기대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생일을 1주일쯤 남겨둔 그날도,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이메일을 큰 감흥 없이 클릭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북을 처음 발간한 2020년에 이어 올해도 응모 버튼을 눌렀다. 콜센터를 퇴사하고 2주 만에 쓴 브런치북이었는데, 책으로 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투고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분량도 책 한 권을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어차피 만든 거 응모라도 하자’라는 생각에 출품한 것이다. '당선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당연히 있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의 가치를 얕잡아 본 셈이다.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다시 읽어보았다. ‘후보작’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아직 확정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붕 뜬 마음을 가라앉힌 후 뒷문장을 이어 읽었다.


수상 확정을 위하여 […] 설문에 응답해 주기기 바랍니다.


설문이란 수상에 앞서 확인해야 할 내용에 동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양식이었다. 여전히 내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남편을 불렀다.


나: “그러니까 설문 응답만 하면 수상이 확정된다는 이야기인가?”

남편: “가만히 있어봐. 행간을 읽어야 해. (이메일을 정독한 뒤) 맞는 것 같은데? 와, 축하해!”


서둘러 설문 응답을 완료하고 담당자에게 확인 메일을 보냈다. 몇 차례 더 이메일을 주고받는 사이, 내가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12월 15일 발표될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추측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수상한 브런치북이 이미 다른 출판사와 계약이 되어 있거나, 다른 어떤 이유로 출간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작가가 답변할 때까지 ‘후보작’이라는 표현을 쓰는 듯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무엇인가. 매년 브런치 작가들이 수천 개의 작품을 응모하고, 10개의 출판사가 출간 계약을 맺을 1권의 브런치북을 뽑는 공모전이다. 브런치는 심사에 관여하지 않지만, 선정된 10명의 작가에게 각각 500만 원의 상금을 제공하며, 출간 후에는 광화문 교보문고 전시를 비롯한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통해 작가를 지원한다. 베스트셀러 에세이인 강이슬 작가의 <안 느끼한 산문집>과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이 이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브런치 작가 중에서는 응모 시기에 맞춰 작품을 완성하고, 수상자 발표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혹자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21세기판 신춘문예라고도 표현한다. 그리고 올해의 주인공이 내가 된 것이다. 얼떨결에.


어쩌다가 내게 이런 행운이 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라는 말만 반복했다. 조금 빨리 찾아온 생일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기뻤냐면, 앞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운이 닥쳐도 이 때를 떠올리며 순순히 납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 개월 전, '올해도 도전했다'라는 성취감을 위해 응모 버튼을 누른 내 자신이 기특했다.


수상 사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나자,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어느 출판사가 내 글을 선택해준 것일까. 참여한 10군데 출판사의 홈페이지와 SNS를 일일이 들여다 봤으나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답을 아는 데는, 무려 5일이 걸렸다.


대표 이미지: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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