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그 황홀함에 관하여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그 후 10

by 이예은

출판사에서 돌아올 때마다 매번 세심하게 다듬어지는 문장과 수려한 디자인을 덧입어 가는 표지를, 나는 그저 황홀하게만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든 책(그런 게 있다면)은 아닐지 몰라도, 혼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수준임은 분명했다. 장마가 시작된 유월 내내 편집자님과 끊임없이 오류와 개선점을 주고받으며, 최종을 가장한 마감을 몇 번쯤 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집자님의 '진짜 최종!'이라는 말과 함께 내 원고는 인쇄소로 홀연히 떠났다.


최종 마감 후에도 정확한 출간일을 한 동안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약 2주가 걸린 그 시간 동안 영혼 없이 출퇴근만 겨우 반복했다. 출간 후에 벌어진 일을 기대했다가 불안해하며. 어린 왕자가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할 것이라는 여우의 대사를 기억한다. 출간을 기다리던 내 심경을 행복과 불행 중 하나로 표현하라면 단연코 행복이겠지만, 더 적합한 단어는 안절부절이었다. <콜센터의 말(언어에서 말로 바뀌었다!)>은 지난 12월부터 몰두해 온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기쁜 결실이면서도, 나의 약점과 결함을 집대성한 보고서이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세상에 나오기 전 전부 불태우고 싶은 마음을 오가는 사이 출간일이 도래했다. 2022년 7월 1일. 마지막 책인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를 출간한 지 꼭 1,276일 만이었다.




‘표지를 보고 책을 재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독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어김없이 표지다. 표지는 책의 옷이자 얼굴이자 표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전 지식 없이, 그저 서점에서 우연히 본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치고 구매한 경험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책을 준비하는 내내 궁금하고 설렜던 부분이 바로 표지다.

개인적으로는 원고지를 연상시키는 색의 조화와 담백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든다. 동그라미는 헤드셋을, 선은 소리를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그 의미 또한 뜻깊다. 글의 톤과도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표지를 완성해주신 디자이너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실 표지 말고도 자랑하고 싶은 것이 또 있다. 감히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추천사다. 무려 7회와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수상하신 이수희 작가님과 정지음 작가님으로부터 과분한 선물을 받았다. 두 분의 작품을 감명 깊게 읽은 한 명의 독자로서 이보다 황홀한 응원은 상상하기 어렵다.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신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전문을 싣는다.


『콜센터의 말』은 코로나 시국 일본 여행사 근무라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린 한국인의 이야기다. 콜센터 상담원이자 외국인 노동자로서, “숨 쉬듯 용서를 비는 인간”으로서 그가 치러냈을 전쟁이 내 눈에도 선하다. 하지만 저자는 헤드셋 속 불쾌한 소음에 압도되지 않는다. 자기 몫의 언어를 확장하며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그가 하나둘 그러모은 ‘콜센터의 말’에서 절망 대신 고요한 힘과 기품을 느낀다. 혼란 속 혼란을 정제해 마침내 보석상자 같은 책을 엮은 저자에게 존경과 애정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지음(『젊은 ADHD의 슬픔』 저자)


온 세상 가득히 퍼져 나가는 말, 말, 말. 우리가 하는 수많은 말들은 어디로 갈까? 공기 사이사이로 흩어질까? 혹은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생명력을 얻고 오래도록 살아갈까? 그렇다면 이제는 그 말을 ‘사람’이라 불러 봐도 좋겠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의 마음에는 어떤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나. 나는 어떤 이의 마음속에서 살아가고 있나.

수화기 저편 사람의 존재를 쉽게 망각하는 사회에서 『콜센터의 말』은 이야기한다. 사람은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언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다. 기억 속 언어의 모양과 그 표면의 주름까지 살피는 이예은 작가의 정갈한 문장을 읽다 보면 말이 하고 싶어 진다. ‘상처 주려는 말’보다 ‘보듬고 북돋아 주려는 말’이. 그래서 이 책의 진정한 여운이 시작되는 지점은 책을 덮는 순간이 아닌, 다음 언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수희(『동생이 생기는 기분』 저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비로소 책이라는 온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 글을, 이제 독자님께 영원히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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