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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24. 2021

계약직도 똑같은 직원입니다.

부당한 차별대우


  여타 회사를 많이도 다녀 봤지만 회사가 치사할 수도 있구나라는 각이 든 건 음이었다. 회사 특성상 일이 꾸준히 있는 편이 아니라, 회사에는 유난히 계약직 사원이 많았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유치한 차별과 부당한 대를 보고 있라면 신물이 났다.


  정규직 신분이면서 계약직 사원의 입장을 뭘 알겠냐고 하겠지만은, 멀리서 보아도 꽤 비극이었기에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업무를 하며 친해진 계약직 친구의 얘기를 속속들이 들을 때면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물론 당연히 임금 면이나 회사 복지 제도 차원에서는 차등이 생길 수 지만 기타 외의 것들은 모두 동등해야 맞았다. 회사는 아주 유치한 방법으로 정규직과 계약직을 차별했다. 직원들을 돼지 등급 나누는 듯 마냥 딱지를 붙여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었다.


  회사의 창립기념일 날, 조그마한 선물이랍시고 돌린 것은 겨우 수건 한 장이었다. 큰 박스를 짊어들고 온 막내 사원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하나씩 수건을 돌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수건의 개수가 몇 개 모자랐다. 수량을 잘못 센 것 아니냐 하니 막내 사원이 입술을 달싹였다. 계약직은 창립기념일 선물 대상자에서 제외란다. 결국 수건 곽은 선택적으로 책상에 놓였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달갑지 못한 이 상황은 어지간히 불편했다. 그깟 수건 한 장이 얼마나 한다고 이런 선동질을 하는지 넌덜머리가 났다. 모두들 퇴근길에 손에 들고 가는 수건곽을 슬쩍 바라보는 이 손은 텅 비어있었다. 창립기념일 그딴 게 직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다고 이런 쇼를  하는지, 나는 다음 날 쓰레기통에 수건을 집어던졌다.


  나름 복지라며 분기마다 일 인당 회식비가 나왔다. 그 또한 안 나오는 것 만 못했던 것이 그 인당에 계약직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팀장은 융통성도 없고 배려도 없던 사람인지라 회사 규정에 맞게 계약직 원은 회식에서 제외시켰다. 본인 몫이 없는 걸 어쩌겠냐고 반문했다. 회식에 데려가 봤자 우리 몫을 뺏어 먹는 것일 텐데  같으면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라는 멍청한 발상에 분통이 터졌다. 물론 비생산적인 회식자리에 가서 뭐하겠냐만은 회식에 간답시고 일을 계약직 원에게 떠넘기는 비인간 같은 부류들이 문제였다. 불만을 토로하는 계약직 원에게 하는 말은 고작 '야근 수당 올려. 돈 더 벌면 너도 좋잖아.' 위의 말이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동거 동락하면서도 계약직 원을 꼭 아랫사람 마냥 괄시하는 분위기는 만연했다. 


  공개적인 차별 대우는 계약직 직원들로 하여금 그들을 더 똘똘 뭉게 만들었다. 부장은 제 잘못은 모르고 배알이 꼴린 건지, 분위기가 흐트러지니 몰려다니지 말라고 엄포했다. 무슨 고등학교 학주 마냥 직원들을 관리하는 꼴은 보기에 부끄러웠다. 그나마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이들을 물리적으로 떼어놓으니, 이들은 회사에 얼마 없는 정마저 밑바닥을 보인다고 했다. 결국 줄줄이 회사를 나갔고, 그 많던 자리는 빠르게 공석이 되었다. 알음알음 회사 내 계약직 차별 문제가 업계 사람들에게 소문이 났고, 좀처럼 계약직 입사를 희망하는 자들이 줄어들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계약직 직원의 업무를 떠안게 된 정규직 직원들은 화살을 회사로 돌렸다.



돌이켜보면 화살의 방향은 회사가 아니라 차별대우를 일삼고 방관했던 우리로 향해야하는 것이 아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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