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 되기 전에는 몰랐다. 회사 역시 학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을
애인은 없다고? 회사에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어?
이름과 얼굴을 매칭 하지도 못하고 있는 판에 얼토당토않는 질문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으니 여러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고, 연이어 모른다고 하니 생김새까지 친히 읊어 주었다. 도통 누구를 가리키는지 모르겠어서 멋쩍게 웃다가 아는 사람 이야기가 나왔다. 난감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았던 직원이었다.
아 그분 알아요. 되게 친절하시던데.
간결한 대답 뒤,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는 그때 내 말에 제 발등이 찍힐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했었다. 아무 의미 없던 그 대답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 줄도 모른 채 허허실실 웃어대던 내가 미웠다. 가능하다면 내 멱살을 붙잡고 과거로 끌고 오고 싶을 지경이었다. 회식 다음 날 동기가 건넨 생뚱맞은 말을 듣고부터 말이다.
너 ㅇㅇ님 좋아한다며. 소문났더라.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소문의 진상을 밝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으나, 어제 회식자리에는 불특정 다수가 있었기에 누구 하나를 꼬집을 수가 없었다. 친절하다고 했던 말이 어찌 좋아한다는 말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이 소문을 듣고 괜한 오해를 하면 어쩌나 싶어 머리가 아팠다. 잠잠해질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이야기 소재가 사람들의 입맛에 맞았는지 계속 대두되었다. 그리고 와전된 소문은 와전에 와전을 거듭났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이미 나는 고백을 했다가 차인 신세가 되었고,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에게 작업을 건 질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말 그대로 경이로운 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을 회사에서 할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가 무료하다는 이유로 가십거리를 만들어 저들끼리 희희낙낙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저들에 의해 피해자가 생겼다는 의심은 하지도 못하는 듯싶었다. 그런 사람들을 상사랍시고 떠받쳐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피가 거꾸로 쏠리기도 했다. 그때 나는 스스로 해명을 하고 다니는 일도 우습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는 쪽을 택했지만, 그 일로 뼈 저러게 배운 점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조그마한 연기라도 날 만한 이야기라면 절대 입 밖으로 뱉지 않는 것이 좋다. 연기를 보면 떼로 달려들어 작은 불씨를 산불로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회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