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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28. 2021

친할수록 같이 일하면 안되는 이유

친구에서 원수로.


  이장과 정부장은 1999 같은 년도에 회사에 입사했다. 그들은 기근속 포상으 거북이도 받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도 몇 차례 갔다 왔다.

  그 좋은 순간들을 함께 했으니 그들의 우애 또한 남달랐다. 이부장 결혼식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정부장이 부장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런 단편적인 서사들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레 짐작할 수 있었다.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10년, 같은 파트 발령 나고서부터라고 했다. 발령 초반만 해도 단란한 분위기였지만 쉽게 얼마 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부장 왈로는 정부장이 그렇게 융통성 없고 고집이 센 사람인지 몰랐다고 다. 이에 맞서 정부장은 이부장이 계획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사람인 줄 각조차 못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일적인 측면에서 서로 상극이었다. 잖으신 들이  틈만 나면 서로를 헐뜯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내가 맞냐 네가 맞냐 갑론을박는 것이 처음에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었다.




   케케묵은 악감정으로 엉킨 둘을 매일같이 보는 일은 꽤 숨 막히는 일이. 두 사람 모두 쿨한 성격이 아녔기에 어느 한쪽으로 편향적인 태도를 취했다가는 다른 한쪽에 미움받기 쉬웠다. 아슬아슬 줄타기하며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 또한 일종의 스트레스였다.

   우스개 소리로 사람들은 그 둘을 두고 초등학생 아이들 싸움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 둘은 말릴 학부모 선생도 없어서 골칫거리 했다.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파트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파트 분리였다. 공식적으로 파트는 하나이나 조직을 두 개로 갈라 인원들 할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각 조직의 리더 자리에 이부장과 정부장앉혔다.

  이로써 둘이 부딪힐 일이 줄어드니 편안해질 줄로만 알았건만 예상치 못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다. 서로 간 더 실적을 내기 위해 그들은 아랫사람을 갈아가며 열을 쏟았다. 그 탓에 업무는 이전보다 가중되었고 아침마다 끙끙 앓았다. 그렇게 두 해를 보내며 고래싸움에 터진 새우 등만 열댓이 넘어갔다.


  


  똑같은 나날이 계속되던 중 파트에 새로운 부장이 전임 왔다. 외국계 경쟁사에서 넘어온 엘리트급 인사로 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커 보였다.

  뉴페이스 등장은 실무인력들에게는 큰 이슈거리가 아니었지만 정부장과 이부장에게는 꽤 타격인 듯싶었다. 말도 섞지 않던 그들은 어느새 커피타임 가지은근히 서로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기존에 그 둘을 봐오던 파트원들은 무슨 바람인가 싶었지만 실상은 뉴페이스를 겨냥그들의 텃세였다. 마치 전쟁 중 휴전을 선언하고 협약을 맺어 잠시나마 동맹관계가 된 셈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 온 엘리트 부장은 자신을 은근히 배척하는 둘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마침내 승진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파트 내 세명의 부장 중 한 명이 임원에 오를 차례였다. 그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가 회사 초미의 관심이었는데 대부분 엘리트 부장이 임원 자리를 거머쥘 것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이 승진 때마다 회사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상습적인 문화였기 때문이다.

  한데 그 날  승리의 여신은 돌연듯 정부장을 택했다.




  누가 되던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선택받는 자가 이부장이나 정부장 중 하나라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일이었다.

  다들 정부장을 축하해주면서 이부장의 눈치를 보느라 눈과 입이 닳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서로 볼 일은 끝났다는 듯 다시 예전처럼 원수지간으로 돌아갔다.

  다행인 것은 정부장이 임원을 달면서 자리를 옮겨 같이 일하지 않게 된 점이었으나 이부장은 쉽사리 정부장을 놓아주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정부장 험담을 하며 그를 물어뜯고 정부장의 자리를 갈망했다.

  자격지심이 최고치를 찍은 그가 혼자만의 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애초에 이 승부는 둘 중에 누가 회사를 나가 않고서는 막이 내리지 않을 게임이었다.


  다만 나는 감히 예측다. 그들이 회사를 떠나는 날, 분명 그들은 서로 처음 만난 1999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그 둘은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 단짝임이 틀림없었다.

  '일'이 가진 부정적인 파급력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내가 오래 알아 온 친구마저 싫어지게 만들어버릴 만큼 '일'로 나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그 관계를 잃고 싶지 않다면 일로 만나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쪽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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