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 리스본 디자인 여행

by 이연

아! 또 새로운 하루. 날씨가 맑다. 버벌진트의 굿모닝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리스보아 카드를 쓰고 대중교통을 열심히 이용해보려 한다. 요령이 없는 나는 너무 자주 걸어서 오른쪽 골반이 조금 이상하다. 살금살금 걸으면 좀 낫겠지. 기어코 감기에 걸렸다. 짐을 뒤지다 약을 발견해 두 알을 먹어뒀다. 이 정도 목감기라면 뭐, 다행이지 뭐. 어제 호카곶이 좀 춥긴 했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할 예정이니까. 아아. 여행 초반엔 셔츠도 입고 머리도 열심히 손질했는데, 지금은 머리도 자라고 너무 귀찮아서 매일 패딩에 모자를 쓴다.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이 된 기분이다. 점심은 뭘 먹지? 이젠 제발 싼 걸 먹고 싶어요..


oh my darling clementine




멋진 장소에 왔다. 여긴 문래동과 성수동을 합친 느낌이야. 버스를 타고 멀리 온 보람이 있다. 조금 걸으면 바다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감기 기운 때문인지 조금 몸이 무겁다.


Lx Factory





점심은 이번 여행 중 가장 실패적이었다. 고수와, 생선 뼈 어택은 먹는 내내 긴장하게 했다. 반을 먹고 식사를 그만뒀다.


다시는 채식전용 식당에 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에그타르트는 너무나 저렴하다. 그래도 6개를 사다니 이건 좀.. 내일 아침으로 먹어야겠다.


리빙 포인트 : 콜라랑 먹으면 느끼하지 않다!




수도원 타르트를 먹었으니 수도원을 봐야지. 아아, 예뻤다. 오래 앉아있기 좋았고.






뭐 할 게 없나? 딱히 계획 없이 오긴 했지만 생각보다 할 일이 없다. 그럴 땐 미술관에 가면 된다. 하여 리스본 현대미술관에 왔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온 곳인데 너무나 좋다. 특히 이번 기획전시가 마음에 든다. 전시 제목은 바로 NO PLACE LIKE HOME.


현대미술 작품으로 공간의 오브제를 재해석했다
뒤샹의 샘같은 변기와 선풍기에 매달려 휘몰아치는 휴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
테이블
강판으로 된 가림막
백남준의 작업도 있다





잔디에 누워 글을 쓴다. 아까 다녀온 현대미술관은 정말 좋았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하며, 경험을 제공하는 미술들의 향연이었다. 다만 좀 아팠다. 감기가 심해진 것 같아. 의자를 찾아 간신히 걸은 후 굽어 누워 새우잠을 잤다. 아마 1시간은 그렇게 잠들었을 것이다. 문득 빨간 배터리의 핸드폰이 된 느낌이었다. 간신히 응급 충전을 했다. 벨렘 탑은 파도가 너무 심해서 폐쇄됐다. 그 덕에 이렇게 잔디에 눕기도 하고, 다 잘됐지 뭐. 리스본. 디자인이 특히 아름다운 도시다.


심하긴 했다


잔디와 타르트





오늘은 몸이 정말 안 좋네. 여행 중 꼭 이럴 때가 있다. 다리 한쪽이 고장 난 느낌이 든다. 손은 자주 건조하고, 얼굴엔 각질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 아, 집에 핸드크림이 새 것으로 4개는 있는데 여기선 20ml짜리 하나, 그마저도 다 써버렸다. 원래 여행 오면 아쉬움을 느끼는 것들이 집엔 풍족하곤 하지. 여긴 지금 6시 52분. 한국은 아마 새벽 2시 52분일 것이다. 외국에 와서 느끼는 점은 생각보다 친구들이 일찍 안 잔다는 거. 분명 한국은 새벽일 텐데 언제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르는지. 올빼미들 내가 다 기억해. 아, 작년 이맘때의 나는 인스타 라이브에 거의 미쳤었다. 그렇지. 그땐 일주일에 3,4번은 했었지. 지금 그걸 안 하는 이유는 내가 너무 잊혔을까 봐. 안다. 나는 겁쟁이다.





아까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할 작은 일이 있었다. 어린 날 면죄부가 필요해 울면서 엄마에게 잘못을 고백한 일이 있다.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제 그런 면죄부를 어디서 구해야 하지? 내가 나에게 준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가. 이기적인 일도 나같이 보수적인 인간은 쉽지 않다. 고개를 찡그린다. 으으. 면죄부는 주지 않기로 했다. 다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기로 했다. 다 커버린 나는 이제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가장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녁은 동행을 만나 식사를 하고, 아이리쉬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고 왔다. 내일은 포르투에 가는구나. 허리가 아프다. 호스텔 관리인(이름:앨비스)은 어제의 장난이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어제 그는 문을 열어주며 구멍 사이로 눈을 들이밀고 passport라 말했고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말이 비명이지 그냥 웃고 넘긴 일이라 그의 사과에 가볍게 화답했다. 오늘 어땠냐는 말에 피곤했어,라고 대답하니 그래 보여, 라는 답이 돌아온다. '너 그리고 열세 살처럼 보여.'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맞아, 우리 어리잖아.'라고 능청을 떤다. 앨비스와 나는 동갑이다.


이런 야경도 보고
트램도 봤으니 오늘 하루는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