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kg
실험이 끝났다. 8일 동안 할리우드 48시간만 마시기. 할리우드 48시간이란 일종의 비타민 물. 1통에 이틀 분량이 담겨있고 8시, 12시, 4시, 8시. 하루에 총 4번 나누어서 마시는 방법.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편이라 오전 8시는 건너뛰고 하루에 3번 마셨다. 진짜 이것만 마셨냐고? 진짜 이것만 마셨다. 물 섭취를 많이 해주라는 말에 물과 차를 수시로 마시며 이것만 마셨다. 하루에 한 잔 마시던 커피도 8일 동안은 끊었다.
종료 후 3.8kg 이 빠져있었다. 어떻게 8일 동안 물만 마실 수 있어? 하니까 되더라. 나에게도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점심, 저녁 먹을 즈음이 되면 배꼽시계가 요동쳤고 마음껏 소리를 낸 다음 잠잠해졌다. 물을 수시로 마시다 보니 화장실 가기는 필수. 예상했었다. 8일이 끝나고 나면 3,4kg 정도 감량되어있지 않을까 하고. 역시 그랬다. 격한 운동도 하지 않았다(이건 원래 하지 않았잖아?). 이 기간 동안은 매일 타던 실내 사이클을 잠시 멈추었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정체기를 뚫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이 따라왔고 변화가 필요했다.
건강을 해치는 방법 아냐? 원푸드 다이어트는 금방 요요 올 거야. 이것을 한다고 주변에 떠들고 다니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누가 뭐래도 난 할 거야. 내가 선택한 방법이고 끝까지 해볼 거야. 엄마는 힘들 텐데 괜찮겠냐 하셨고 아빠는 매일 밥 안 먹냐고, 일주일 안 지났냐고 반복하셨다. 나중에는 평생 그냥 먹지 말라고 비꼬는 말까지 던졌다. 그 순간 스트레스받았지만 넘겨버렸다.
성취는 나에게 중요한 과정이었고 이룬 다음도 중요하다. 작은 것 하나를 성취하고 나면 다른 것, 그다음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난 다이어트를 예로 들지만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 싶은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해보지 않은 것보다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난 망설이는 사람이었고 주저하다 하지 못한 일들이 쌓여 나중엔 간단한 일조차 겁이 나서 할 수 없게 된다. 도전이란 말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걸음이라 생각해본다. 8일의 약속을 이뤄냈으니 줄어든 위를 서서히 단련시켜서 소식하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나처럼 망설이기만 했던 사람이라면 하루, 이틀이라도 좋으니 작은 성취를 쌓아간다면 분명 더 큰 일도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