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겁니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눈물을 흘렸고 울음은 곧 호흡이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울어본 적 있나요? 우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난다는 건 그만큼 감정이입, 공감을 잘한다는 것이죠. 이건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 일지 모르나, 남자는 세 번만 운다. 사내대장부가 우는 거 아니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잘 운다의 이미지는 여자가 갖고 가게 되고요.
저는 눈물이 많았습니다. 의사소통을 울음으로 표현했던 시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말로 표현 못하는 것을 울음으로 삼켜내며. 멍석을 깔아주어도 말을 못 하거나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는 것이죠. 또, 사랑이 잘 안 될 때 울었습니다. 마음은 이만큼인데 변해버린 상대를 알아차렸을 때, 상대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모를 때. 애끓는 마음이 먼지 한 톨도 닿지 않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는 제가 글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편지나 쪽지를 써주곤 하셨는데 모아둔 엄마의 편지만 읽어도 눈물이 홍수처럼 쏟아질 때도 있었습니다.
사회는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열렬히 팬심을 드러내다가도 한순간에 돌아설 수 있는 곳.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보면 어떤 반응일까요?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위 말해 악플을 던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감성팔이 하네.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 한때는 눈물 흘리는 일이 창피하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 약해 보이고 눈물로 무마하려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눈물을 흘린다는 건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고 진심이었다는 말입니다. 이걸 인정한 뒤로 눈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2, 30대에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다시 결정하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을 거예요. 눈물을 비난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간절해 본 적 있으신가요?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울어본 적은? 우리는 진심을 다해 움직이는 자신을 믿어주면 어떨까요. 이글에 공감하는 당신은 무언가에 마음을 다했다고 확신합니다. 어떤 시기에는 분명 진심이 닿는 날이 올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