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불편한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괴로워했다. 왜 불편한 감정이 드는지, 싫어하는 행동을 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고민해보았다. 나를 위해서. 어떤 이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랑해버리라고 했다.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 같았고 그렇게 하는 그 사람이 부럽지도 않았다. 그냥 관심 없는 분야에 모르는 영역을 짚는 것 같았으니까.
아빠는 2년째 치료 중인 암 환자다. 다른 곳에 전이될까 전전긍긍하며 하루가 꼬박 걸리는 검사들을 받고 다시 먼 거리를 돌아오신다.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는 환자를 정밀 검사하며 약을 투여하고 관찰한다. 약이 너무 센 나머지 다른 장기들도 서서히 힘을 잃게 된다. 암이 시작된 곳을 고치려다 이곳저곳이 망가져 온몸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코를 먹거나 가래를 끓고 뱉거나 삼키는 행위, 목을 긁는 기침, 물건을 놓을 때 던지거나 큰 소리가 나는 것. 모두 아빠가 하는 행동이다. 아빠가 기침을 한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 행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아빠가 기침을 하는 건 암세포와 싸우기 때문이야.' 독한 항암 약 탓에 몸이 약해져 기침을 저리도 심하게 하는 것이겠다. 난 항암을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비위가 상한다는 이유로 아빠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커지고 스트레스받으면서 괴로워했다.
이제야 인정하게 된 사실이지만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은 단순히 어떤 행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엄마와 긴 다툼으로 아빠가 보여준 모습들에서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아버렸다. 매일 전쟁통에 사는 사람처럼 폭언과 폭력 속에 덜덜 떨었다. 아주 오래되고 눅눅한 이유. 여전히 아빠는 대화 나누기 어려운 사람이고 아픔에 대해 깊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어쩌면 평생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고 난 나의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을 바꿔야 한다. 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바뀌나. 그만큼 마음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불편한 그 사람이 아니라 나다. 나를 위해서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사랑할 마음이 부족하다면 있는 그대로. 아빠도 많이 힘들구나. 나와 상대방을 인정하기로 한다.
바뀐 마음에 무엇을 담을지는 내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