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 MORY 4월 2기]
‘여기’
밤 11시 25분 나의 집이자 거실이자 작업실인 ‘여기’에서 오늘의 15분 글쓰기를 시작한다. 평소에 ‘이슬아’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으면 그 상황들 속에 내가 유령 망토를 쓰고 들어간 기분이다. 그 사람들은 내가 보이지 않지만 나는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이슬아 작가는 과거의 자신을 과슬이 미래의 자신을 미슬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글이 있었다. 과슬과 미슬이라는 이름이 아닐 수도 있긴 한데 들으면 딱 과거에 붙인 이름과 미래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슬아. ‘여기’라는 단어는 현재와 맞닿아 있다. 과거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고 미래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린 현재만 살아가고 상황을 바꿔 나간다.
3교대를 하면서 가장 잃는 게 많은 것은 하루의 루틴이 깨지면서 헛짓거리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저번 달은 근무에 이브닝과 나이트 근무만 있어서 아침시간이 여유로웠다. 아침 10시에 일어나 꿈노트를 작성하고 15분 글쓰기를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한 후 출근을 했다. 일을 마치고 와서는 그다음 날 주제를 준비해서 올리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루틴이 있었다. 나이트 근무를 할 때면 뭐든 무리하게는 하지 않으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번 달은 초반에 데이 근무가 들어오면서 루틴이 바사삭 깨져버렸다. 매일 올리던 데일리 필로소피도 읽기만 하고 업로드는 하지 않았다. 너무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꿈노트도 퇴근을 하고 나서야 했고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집에 들어오면서 나의 눈은 감긴다는 것이다. 자동 스위치 아웃. 씻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저녁시간이고 잠깐 한눈을 팔고 나면 내일 출근을 위해 다시 자야 하는 시간이 된다. 낮잠을 잔 탓에 잠이 안 온다는 가장 큰 문제가 나를 마주하고 있다. 혹시나 잠이 들 수도 있으니 침대 밖으로는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뭔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중요한 루틴은 다 했으면서도.
뭔가 하기가 싫어져서 오늘 여기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사랑하는 스마일을 그리고 꿈노트를 쓰고 브런치 글을 작성했다. 퀄리티가 높은 글은 아니지만 나를 기록하는 것. 이것이 내가 오늘을 살았음을 2022. 04. 19 밤 11시 37분을 살았음을 증명해준다. 잊고 살았던 나의 20대 좌우명이 떠오른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 다 쏟아낼 것. 미래는 생각하지 않을 것.’ 정신은 자꾸 나를 이리 끌어가고 저리 끌어가며 천방지축으로 만든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되뇌었던 말. ‘지금, 여기,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 나의 30대에도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