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몇 번의 초를 더 불 수 있을까?
엄마의 생일
[엄마의 엄마]
이번 주는 맘 졸이는 한 주였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던 외할머니가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산소포화도도 떨어져서 병원을 옮긴다는 소리에 일하는 내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죠.
엄마가 3남 1녀인 외동딸이라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각별했는데요. 그런 엄마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굴리며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빨리 가라고 재촉했죠.
다행히 옮긴 병원에서 산소도 흡입하고 혈압도 올랐다는 소식에 한숨 돌렸습니다. 이번 주말에 결혼식이 있어서 광주로 내려가 부산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물론 저도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면 편하지만 광주-부산은 프리미엄 버스 밖에 없고 그 먼 거리를 엄마 혼자 오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휴가를 하루 내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습니다.
목요일 근무를 마치자마자 눈길을 헤쳐 운전을 하고 광주에 내려갔어요. 위험한 것보다 할머니를 뵙고 싶었어요, 별 탈없이 집에 도착하고 그다음 날 할머니를 뵈러 갔지만 코로나 검사를 해도 1명만 면회가 가능하다기에 엄마만 면회를 진행하고 저는 저 멀리서 할머니를 지켜봤습니다.
할머니를 뵈러 갔을 때 기력이 없어 눈만 감고 있을 때도 많았는데 다행히 할머니는 눈은 감고 있지만 엄마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여줬어요. 엄마는 갑자기 병원을 옮겨 할머니가 당황했을까 봐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많이 맺히더라고요
실은 이번에 할머니와 면회를 하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예쁜 딸을 우리 엄마로 키워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
전해주지 못했지만 다음 면회 때는 할머니를 볼 수 있겠죠?
면회를 종료하고 엄마와 부산을 넘어가자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이기에 조개구이와 장어구이를 먹으러 갔는데요. 조개구이를 먹고 장어구이를 먹었기에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장어가 살아있었어요. 엄마가 장난을 치며 불판 위에 올렸어요. 장어가 더 꿈틀거리자 엄마는 갑자기 장어가 몸부림치는 모습이 슬프다며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마지막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할머니가 목숨 줄을 간신히 잡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슬퍼"
빨리 화재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장어는 장어야. 그래서 안 먹을 거야?"라고 말하고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엄마의 양력 생일인데요. 음력 생일은 2년에 한 번 돌아오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어려워 몇 년 전부터는 양력으로 생일을 지내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들과 놀러 간다기에 이번 주에 생일파티를 했습니다.
엄마는 매 번 돌아오는 생일이 뭐 특별하냐고 했지만
1년을 잘 살아낸걸 꼭 축하해야 하는 날이라며
또 1년을 잘 살아보자고 초를 불었어요.
엄마랑 앞으로 몇 번의 초를 더 불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저의 일정을 듣고 다들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해야만 마음이 편해요.
오늘이 엄마와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고
내년에 초를 불 수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장담을 못하니깐요.
오늘 엄마의 모습도 잘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