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꿈
24년 여름.
지금까지 나는 여름을 제대로 몰랐다.
남들이 머리에서 방울 방울 맺히던 땀방울이 뭉쳐 흘러 내릴 때쯤이 되서야 ‘좀 덥네…? 너 땀 왜 이렇게 많이 흘려?’라고 말했다. 한여름에도 얇은 긴팔을 입고 다녔고 카페에서의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춥게 느껴져 외투를 꼭 입고 다녔다.
그랬던 내가 올해는 땀을 주륵주륵 흘리다 못해 눈에 들어가 따가움을 느꼈다. 인생 처음으로 땀을 제일 많이 흘린 계절이다. 나이가 한 살, 두살 더해지면 체질도 바뀐다더니, 나에겐 그게 올해인가보다.
올해 여름, 나는 한 여름밤의 꿈을 꾸었다.
몇년 전부터 책을 쓰고 나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게 책 두 권 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일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책읽기, 책쓰기 관련된 책을 모아서 읽고 정리하고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AI 글쓰기도 나온 마당에 이제 맞나?라는 생각이 앞을 계속 가로 막았다. 그러다가 삼독님과 좋은 계기가 되어 ‘초등 글쓰기’를 진행해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애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미디어나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싶을정도로 아이들은 꽤나 성숙했고 편견없는 그 순수함이 너무 좋았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 순수함이 강아지 꼬순내 같은 중독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쓰기 싫다’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팔이 아프다’할 정도로 썼고 어떤 친구는 쓰면서 ‘오늘 쓰다보니까 내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서 부끄럽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단어만 제시해주고 써보자고 하니 자신이 상상한 것을 쓰기도 하고, 가족과 갔던 여행에 대해 쓰기도 하고 자신이 꿨던 꿈에 대해서 쓰기도 했다. 그게 불과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서 매일 놀랬고, 그 다음이 기다려졌다.
아쉽게도 한 달하고도 보름정도만 할 수 있었던 시간들. 언제 또 친구들과 이유없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까? 벌써 그 시간과 냄새가 그립다.
올해 여름은 이렇게 속절없이 흘러갔다. 강아지를 임보하며 꼬순내를 알았고 아이들이 풍기는 인위적인 향이 없는 순수한 냄새를 알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릿하다’를 처음으로 느꼈다. 창밖의 나무와풀처럼 초록색을 진하게 내 몸으로 부었던 순수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가끔은 이유없는 시간이 흘러가기도 한다. 이 향과 색채가 살다가 문득 사무치게 그리워지리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