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22. 04. 25

by 로라윤

‘월급’

월급의 날. 오늘도 나는 여전히 근무를 열심히 하고 밤 11시 22분이 되어야 집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하려고 했던 15분 글쓰기를 이제야 하기 위해 책상 앞에 부랴부랴 앉았다. 요 며칠 잠을 잤는데 잤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분명 나는 잠을 안 잤다. 시간이 가는 것도 느껴지고 깨어있었다. 눈을 오래 감고 있다가 눈을 뜨면 한 시간이 지나있고 괜스레 화장실을 가고 싶어 비워내고 잠이 깨지 않고 모든 감각을 잠재우며 침대 속으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야식을 먹지 않아서 그런 건가 싶어 새벽에는 밥도 먹고 평소 보고 싶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다 봤지만 나의 눈은 감겨만 있을 뿐. 잠들지 못한 채 오늘 근무를 마쳤다.

월요일의 이브닝은 긴장이 된다. 요즘은 상주할 보호자의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와야지만 병실로 옮길 수 있어 전실을 이브닝 늦은 시간에 보낼 수 있다. 또 그만큼 응급실에 대기하던 환자를 받아야만 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에 임해야 한다. 내가 겁먹었던 것보다는 괜찮았던 오늘. 근무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자 빗방울 쏟아지고 있었다. 이미 나왔는데 병동을 다시 올라가기 싫었던 우리들은 비를 맞은 채 걷다가 거 새지는 빗방울에 다들 차로 향해 힘껏 뛰었다.

“이거 황사 비 아니야?”
“어차피 가서 씻을 건데요 뭘~”

말은 이렇게 했으면서도 차가 세워져 있는 곳까지 데려다준다는 선생님의 말에 감사하다며 선뜻 차에 올라탔다. 선생님의 고생으로 수월하게 차까지 온 나는 시동을 켜고 블루투스가 연결되어 나오는 노래에 기분이 한껏 올라갔다. ‘이렇게 감미로운 노래와 빗방울 소리라니….’ 감성에 젖어있는데 차에서 연료 부족이라는 경고등이 울렸다. 그리고 스쳐 지나간 나의 월급 통장 잔액. 99.000원. 저번 달에 카드를 많이 쓴 탓에 카드 값 내고 저금하고 보험비를 지출하니 나에게 남은 돈은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이었다. 주유소에 들려 주유를 2만 원 할까 3만 원 할까 고민하다가 2만 원으로 잘 버텨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들어선 나의 차는 이 시간에 발견한 주차자리에 신이 나서 주차를 하고 비를 맞으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습관적으로 우편물이 왔나 안 왔나 살펴보면서 ‘음 이번 달 관리비랑 가스비는 먼저 왔었지. 근데 헐? 아 나 돈 부족하구나’ 10만 원으로 알차게 사용하며 수당이 나오는 날을 기다려보자 싶었는데 관리비와 가스비가 자동인출되려면 돈이 부족한 것이었다. 계산 오류. 돈을 예산을 정해두지 않고 쓰는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며 이체를 하고 2주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든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얼마 전에 장도 봤고 뜻하지 않은 배달음식들이 가득한 냉장고에 감사하다. 15분 글쓰기 후 치킨을 꺼내 먹어야겠다.

분명 나는 이 글을 시작하며 월급의 감사함과 월급의 노예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슬퍼하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는데 마지막은 배달음식의 감사함으로 끝을 맺는다. 한 달 동안 수고했다. 도비. 언제까지 도비 일지 모르겠지만 자유의 그날까지 잘 뛰어보자. 오늘도 소망해본다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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