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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19. 2017

트립 투 타이완 얼론-2


이미 대만을 다녀온 친구들에게 대만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꽤 많은 이들이 단수이를 꼽곤 했다. 다들 담강중학교뿐만 아니라 단수이만의 고즈넉하고 조용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듯했다. 나 역시 뿌능슈어미미(말할 수 없는 비밀)를 보고 난 후로 주걸륜의 팬이 되었기에, 담강중학교는 절대로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리스트 중의 한 곳이었다. 


그런데 전날 집에서 마신 맥주(꿀 맥주 세 캔)로 잔잔한 숙취에 시달리게 된 나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걸리는 단수이를 갈 자신이 없어 결국 우버를 부르고 마는데...





여전히 흐린 날씨. 단수이에 가게 된 이날도 내내 흐렸다. 





꽤 먼 곳까지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지도를 펴놓고 봐도 단수이는 다른 시내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나절 정도는 꼭 시간을 내서, 특히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본 사람이라면 꼭꼭 무조건 이 곳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골목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담강중학교가 나오는데, 흐린 날의 어두운 아스팔트마저도 그림 같았다. 혹시 '여기가 담강중학교 가는 길이 진짜 맞나'라고 의문점이 들 수도 있는데, 길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그 방향에 내가 껴있다면 담강중학교로 가고 있는 것이 100% 맞다.





그렇게 근처 주택가나 울창한 나무들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그림처럼 담강중학교가 등장한다. 올라가는 길 자체가 고즈넉하고 예쁘다.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인 주걸륜이 처음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영화가 바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인데, 2007년에 직접 감독, 각본, 주연, OST 작곡까지 맡으며 화제가 됐다. 특히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 애틋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자랑한다는 점, 천녀유혼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이승 사람과 저승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는데, 이 열풍이 한국에서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 한동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OST가 계속 거론되기도 했다. 현란하게 선보인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담강중학교인데 실제로 가보니 학교가 정말 운치 있고, 멋지고, 조용하고, 아득하고, 그러니까 단순히 오래된 학교라는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운 정취로 가득 차 있어서 '괜히 귀신이랑 숨바꼭질하는 영화가 나온 게 아니군'이라고 생각했다(왜인지 결론이 이상함)







놀라울 정도로 교정 안의 모든 관광객은 한국 사람이다. 영화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두가 다 주걸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역시 콘텐츠의 힘...





교정 안에 자리 잡은 나무들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나무에 서려있는 기운들만 봐도... 학교 안에서 귀신과 숨바꼭질, 소개팅 100번 하고도 남을 것 같다.





담강중학교를 나와서 단수이 노가로 가는 길. 오른쪽에 역시 아름다운 교정의 학교가 있길래 여기가 어디지? 맵을 열어보니 진리대학교. 진리대학교는 대만 최초의 서양식 대학교로, 옥스퍼드 대학 건물의 모습을 본떠서 '대만의 옥스퍼드'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작고, 조용하고, 깨끗한 학교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담강중학교와 진리대학교에서 나눠 촬영했다. 





단수이 노가까지 걸어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주걸륜의 단골 훈뚠 집에 가기 위해서. 원래 맛집에서 밥 먹기, 줄 서서 밥 먹기 등에 관심 없는 나지만 왠지 훈뚠과 훠궈만은 맛있는 곳에서 먹고 싶었다.


네이버의 세계 음식명 백과에 따르면, 훈뚠은 밀가루로 만든 얇은 피에 돼지고기, 마른 새우, 채소 등을 섞은 속을 넣어 만두처럼 만들고 뼈나 닭고기 국물을 넣고 끓여 먹는 중국 전통의 음식이다. 중국의 아침식사인 훈뚠이 일본에 전해져 완탕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훈뚠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딱 완탕을 생각하시면 된다.

내가 훈뚠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두 개가 아닌데 이 모든 이유가 이 집 훈뚠에 반영되어 있었다.

1. 우선 국물이 너무 맑고 깨끗하다. 닭국물 말고 멸치, 계란 육수로 맛 낸 훈뚠도 맛있다. 

2. 고명이 번잡스럽지 않다. 그래서 계란과 야채, 훈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3. 피가 유독 더 야들야들하고 매끈했다.





너무 맛있어서 빼놓을 수 없었던 샷.





담강중학교, 진리대학교에서 단수이 노가까지 걸어가는 거리는 좋았는데 의외로 물 옆 또는 단수이 노가 스타벅스 근처는 사람도 너무 많고 지저분해서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의 추천대로 단수이 스타벅스에 앉아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려고 했는데 유독 사람이 많은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리해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에 너무 지쳐가지고.... 심군의 추천대로 녹차와 요구르트 섞은 음료수를 하나 주어들고 시먼딩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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