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트립 얼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유진 Oct 02. 2017

트립 투 타이완 얼론-1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 이직의 과정을 뒤로하고 타이베이행 비행기를 탔다. 떠나는 사람 마음 불편할까 봐 푹 쉬고 오라는 동료들의 배려에도 괜히 마음이 어려웠다. 그래도 가고 싶었다. 전화중국어 한지도 몇 개월 지나, 이제 막 몇 가지 문장을 더듬더듬 말할 수 있다는 것도 꽤 큰 힘을 실어줬다. 





운 좋게 저렴한 대한항공 비행기 티켓을 구했는데 금요일 아침 비행기라 그런지 사람이 많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전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엄마의 걱정으로 인해 빨리) 출발했는데도 공항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비즈니스 탄 척 코스프레 함 해봄)

특이하게도 비행기에서 내려서 짐을 찾으러 가는 길목에 각 통신사에서 유심카드들을 팔고 있다. 공항에서 파는 유심카드가 한국에서 사는것보다, 밖에서 사는것보다 오히려 더 저렴하고 편하다길래 그것만 믿고 대만에 온 나는 종종 발걸음을 옮겼다. 입국 수속하기 직전에 파는 곳이 있고, 짐까지 다 찾고 밖에서 유심카드 사려면 어차피 더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여기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직원들도 몹시 친절하고, 영어와 중국어 모두 다 잘한다. 심지어 누가 봐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마지막 인사는 '감사합니다'로 해준다.





그리고 대만에서의 첫 편의점 음식은 스튜핏으로 실패. 향은 좋은데 너무 달아서 두 모금도 못 마셨다.





시내로 가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버스를 택했다. 대만 공항은 굉장히 깨끗하고, 안내 요원들도 많고, 그들은 영어까지 굉장히 잘하고 몹시 친절하기 때문에 어디로 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 숙소인 한인민박은 중샤오둔화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었으므로 중샤오둔화 쪽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어디로 가는지 적혀있는 표를 운전기사에게 보여주고 타기 때문에 못 내릴까 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사 아저씨가 승객들이 타있는 2층으로 올라와서 크게 소리쳐준다. 한 가지 팁은, 짐은 어지간히 많지 않은 한 버스 1층에 싣는 것보다 들고 타는 걸 추천한다. 처음에 1층에 넣으려고 봤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이 흥건하고 안이 영 지저분해 보여서 직접 가방을 들고 탔다. 한 시간 정도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달려가다 보면 대만 시내가 나온다.


이번에도 나는 한인 민박을 선택했다. 6만 5천 원 정도 하는 1인실을 빌렸다. 중샤오둔화 골목 안에 있어서 치안도 괜찮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집이 참 개끗했다. 환기가 안돼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도시에 있는 집들 구조 자체가 환기가 잘 안 되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어컨도 내 마음대로 틀 수 있고 화장실도 몹시 깨끗하고 무엇보다 민박집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몹시 친절하고 부지런하셔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대만에 온 제 2목적(제 1목적은 다음에 나옴)이었던 훠궈를 먹으러 갔다.





나는 훠궈를 진짜 굉장히 아주 많이 좋아해서 대만에 가는 내내 훠궈 생각이 간절했다. 직접 구로디지털단지나 대림에 훠궈를 먹으러 가긴 하지만 대만의 훠궈 맛이 몹시 맛보고 싶었다. 짐을 풀고 나온 시간이 3시, 고급 훠궈 집으로 잘 알려진 원딩훠궈에 갔다. 원딩훠궈는 대만에 있는 많은 훠궈집 중에서도 고급으로 꼽히는 훠궈집인데 저 용이 붙어있는 은 냄비만 해도 몇십만원짜리라고 한다.

이곳은 아이패드로 주문이 가능한데, 내가 앉자마자 직원 둘이 달려 나오더니 난색을 표하면서 '근데 우린 세트메뉴가 1인분이 없어서 최소 2인분을 시켜야 할 텐데, 그게 제일 괜찮을 텐데, 어떡할래?'라고 몇 번이나 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만 사람들이 진심으로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믿지 못한 나는 이 친구들이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잠시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호기롭게 '세트메뉴는 됐고 내가 개별로 알아서 주문할게, 일단 홍탕 백탕(국물 이름) 깔아줘'라고 말했다. 

홍탕과 백탕이 멋들어진 은냄비에 나와 보글보글 끓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아이패드 메뉴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굉장히 난감해졌다. 점원들이 친절하게 2인 세트를 시키는 게 나을 거라고 할 때 말 들을걸. 개별 메뉴로 시키려고 보니 배추, 어묵 등 이것저것 메뉴를 추가할 때마다 2인 세트보다 훨씬 비싼 금액이 찍혔다. 결국 나는 점원의 말을 듣지 않고 맘대로 굴다가 2인 세트보다도 훨씬 비싼 금액에 야무지게 1인 훠궈를 먹게 되었다. 그때 나, 직원들에게 재벌 2세까진 아니어도 준준준재벌 2세 정도로 보였을까. 제발 그러길 바란다. 






그러나 주문은 스튜핏이었어도 맛은 슈퍼 울트라 초그뤠잇이었다. 이상한 통에 담긴, 잔뜩 소스에 절어있는(이 표현 말고는 다른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두부도 입에서 녹아내리는 게 너무 맛있었고 어묵 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기 질도 좋았다. 국물 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림과 구로에도 물론 좋아하는 훠궈 집이 있지만, 이 국물들은 그것들과 다른 깊게 우러나오는 맛이 배어나왔다. 바짝 온 몸을 휩싸고 돌았던 긴장도 녹았다. 나도 모르게 '음~' 하고 콧소리가 나왔다. 땀을 뽀질뽀질 흘리기 시작할 때 즈음 점원이 와서 음료를 먹겠냐고 물었다. 나는 이제 대만 음식점 직원들의 말은 무조건 꼭 듣겠다는 일념 하에 '하오, 하오!'를 외치며 맥주를 한 캔 시켰다. 





한국에서 훠궈 먹을 땐 열심히 건져먹긴 해도 국물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여기서는 국물을 몇 대접이나 퍼먹었다. 어느새 관자놀이 즈음이 촉촉해졌다. 2인 세트고 뭐고 몇 개나 더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힘들게 참았다. 





디저트 아닌 디저트로 가져다준 이 음료는 시큼하면서도 달달하고 또 시큼한 것이 입가심에 좋았는데 이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거 이름이 뭐냐'라고 물었더니 계속해서 'drink, just drink'라고 대답해서 마지막까지 묻지 못했다. 원딩훠궈는 네일 서비스도 무료로 해주고 중국 옷도 입고 사진 찍을 수 있게도 해준다. 마치 바디프렌드같은 안마 의자도 있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퍼먹을 수 있다. 나는 혼자 온 관광객이라 아쉽게도 마지막 옵션밖에 누리지 못했으니 혹시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원딩훠궈를 방문하는 분들께서는 모든 옵션을 누리실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 우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내내 비가 내렸다. 깔끔한 거리에,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이 젖은 거리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비가 오는 여행도 나쁘지 않는구먼'이라고 생각했다.





중샤오둔화 뒤쪽으로 걸어 VVG Something이라는 편집숍에 가는 길이었다. 가게마다, 집마다, 길거리마다 정말 예쁜 나무, 풀들이 우거져 있어서 내내 기분이 좋았다. VVG Something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기도 한, 타이베이 내 중샤오둔화의 나름 핫플레이스라고 하던데 빨간 문과 앞에 놓인 자전거가 인상적이었다. 





서점은 당연히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세심한 소품들이 고객을 반겨준다. 영화, 음악, 소설, 연극 등 분위기를 사랑하는 모두가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길 아름다운 책들이 많다. 사진집, 도록, 그 외 굿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교토에서 방문했던 '케이분샤 이치죠'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사실 이런 편집숍도 이제 얼추 다 비슷하게 느껴져서 무엇이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다. 와, 예쁘다 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옆에 붙어있는 식재료 편집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는 그나마 친절한 점원이라도 있어서 구경할 맛이 났다(??) 전 세계에서 건너온 각종 향신료와 과자, 캔디, 주방 소품 등을 판다. 두 집이 자전거 옆 통로로 이어져 있어 함께 구경할 수 있다. VVG Something을 위해 중샤오둔화로 온다기보다는, 중샤오둔화 근처에 워낙 이런 분위기의 가게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보니 그 분위기와 정취를 느끼러 오면 좋을 듯하다. 다른 예쁜 액세서리 가게들도 많다.





중샤오둔화 뒷골목 자체가 정말로 예쁘고 깔끔하다. 내친김에 좀 더 걸어볼까 싶어 대만의 대표 서점이라고도 불리는 성품 서점에도 잠시 들렀다. 






첫날이니 늦게까지 싸돌아다니는 건 무서워서 편의점에 들렀다가 집으로 왔다.





꿀 맥주... 내가 올해 안에 먹은 것 중에 진짜 젤 맛있었던 음료 중 하나. 음료수 많이도 사 마셨다.





깔끔한 숙소 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트립 투 교토 얼론-6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