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인 줄 알았던 인연에 대하여
스무 살,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만나,
어느덧 풍파에 치이고 세상에 치여도 굳건히 나아가야 하는 나이가 된 우리.
그 오랜 나의 친구로부터 결혼 소식을 들었다.
이십 대 후반, 어리다면 어리고 적당하다면 적당한 나이라고 생각하는 즈음 이 친구의 결혼 소식은 그저 놀라웠다.
나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결혼을 척척 진행하는 이 친구를 보면 적당한 때라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 인생의 거대한 숙제 중 하나인 ‘신랑 찾기’를 벌써 해낸 내 친구가 참 부럽다.
또, 아직 많이 남은 인생을 함께할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 선택을 실행하는 용기가 정말 멋있다.
문득 이 친구와의 인연에 대해 돌이켜 보았다.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를 믿고, 그것에 공감하지만 때로는 한 시절치 인연인 줄 알았는데 한 세월의 인연인 경우도 있는가 보다. 지나온 세월의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치듯 한 시절을 함께한 줄 알았는데 돌이켜 보면 한 세월이 훌쩍 지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친구들. 마음이 잘 맞아서, 동네가 가까워서, 아님 그냥 좋아서 등 어떻게든 쭈욱 이어지는 이 인연들이 새삼 신기하다.
이렇게 보면, 관계라는 건 참 알다가도 모른다.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던 인연이 하루아침에 끊어질 수가 있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수년을 함께 추억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고, 이젠 끊긴 인연인 줄 알았는데 용기 하나면 금방 다시 이어질 수 있었던 인연일 수가 있고, 평생 미워하고 싶던 악연이 점차 기억마저 희미해져 찰나에 스쳐간 인연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지금 보내는 이 시절마저도 내가 한 시절뿐일 거라 단언했던 인연들이 언제 또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고, 생각보다 긴 인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결코 자만하면 안 되겠다.
그것만은 절대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 친구의 결혼 소식 덕에 오랜만에 지난 일기들과 지난날의 기록들, 사진들을 쭉 둘러보다 새삼 내 인복에 감탄하며, 감사한 마음이 마구 드는 그런 날이다.
소중한 인연을 잘 잡는 것도 능력이다.
그것이 정말 능력이라면 난 정말 타고났다...!
2024년 8월 14일
내 일기장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