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일대기 1

소리 없는 아우성

by 이사라


25.12.29



모처럼 쉬는 월요일 아침.

느지막이 눈을 뜨고 누워 개구리처럼 기지개를 켠다.


여유 속에서

눈을 감고 잡념 속을 뒹굴며 단전호흡을 하다가

문득 잡히는 꼬리 하나를 따라가 본다.



왜 나는 힘이 들까?

어깻죽지에 힘을 잔뜩 주어 승모근이 승천해 있다.


팔꿈치 통증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어깻죽지에 물리치료를 받았다.

어깻죽지에 힘을 주면서 몸을 쓰는 습관 때문이라고 하시면서.


마치 어깨를 부풀려 나를 과시하려는 짐승처럼.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봐주세요!"

개업집 앞에서 하염없이 어깨 춤추는 풍선럼.






예전 치유 명상 시간에 그렸던 그림이 떠오른다.


좁은 주방에서 어린 나는 식탁에 혼자 앉아있고

등 돌린 엄마는 싱크대 앞에서 분주히 일을 하고 계는 그림을 의도치 않게 그려냈다.


그림을 설명할 때

엄마를 여러 번 불렀지만

엄마는 한 번도 대답도 반응도 없이

등 돌린 채 쉬지 않고 일만 하셔서

슬펐다고 발표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 좀 봐달라고, 나 여기 있다고

아가가 꼼짝 못 한 채 누워 울어대지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그런 꿈을 자주 꿨던가...



일에 쫓기던 엄마, 돌봐줄 이 없는 아가 혼자.



갓난아이를 밭 가에 뉘어두고 울어도 울어도

눈치 보느라 젖 물리러 바로 오지 못했다던 엄마.


기어 다니기 시작하자

물 말은 밥그릇 하나에 아가 혼자 두고

새벽에 방문을 잠그고 나가

해거름에 퇴근해 들어오셨다던 엄마.


난간 없는 가파른 계단을 기어 다니다

2층 계단에서 떨어져 기절했다던 아가.


국민학교 때도 3년을 혼자 밥 해 먹고 혼자 학교 다니며

빈 집을 지켰던 아이.




아이의 소리 없는 아우성.


사실은 목구멍이 째졌을 거친 아우성.

들어주는 이가 없어

소리가 없어진 아우성...






지금도 내 안의 아이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

거친 고함을 질러대고 있다.

"나 여기 있어요!

거기 누구 없나요?"


힘을 빼는 방법도 모른 채

힘을 잔뜩 주고 사는 일은

힘이 든다.


지치고 무겁다.

나이를 먹어가니 몸에도 무리가 왔다.






세상이 알아주길

누군가 알아주길

기대하 바라고 원하기.



세상과 타인을

필요로 하고 의지하고 기대는 일은

힘이 든다.





지금

나에겐 내가 있다.

내가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저 꽃도 바람도 알고 있다.

저 햇님도

나와 눈맞춤하는 저 름도 알고 있다.



외로움.

서러움

그리움


내 거다.

다 내 거다.




나는 오늘도 살아있다.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걸 알기에

소리칠 필요가 없음을.


내가 알고

네가 알고

울 집 식탁 위 푸른 이파리가 알고

창문 밖 하늘이 안다.




안심한다

안도한다

편안히 숨을 내뱉고

모처럼 힘을 뺀다.




생존을 걱정하지 말 것.

두려워하지 말 것.



두려워하던 아이가

버티고 버텨

안도한다.



아! 내가 있었지.

나한테는 세상의 전부인 내가 있었어.


나의 외로움, 서러움, 그리움, 두려움의 아우성을

모두 함께 했던

내가 있었던 거야.


답은 돌고 돌아 나였던 거였어!

세상의 전부인 내가 나와 함께 있었어!



아우성이 멈춘

고요함.



이게 뭐라고...

참 감사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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