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일대기 2

나쁜 남자

by 이사라


26. 1.4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두 남자.


첫 남자, 아빠.


존경스럽고 애틋하지만

가부장적이고 무서운 독재자.


남존여비로 인한 애증...



아빠 같은 남자는 싫었다.

남존여비.

그것은 딸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적용되어

내가 본 엄마는 동등한 아내가 아니라,

명령을 따르는 심부름꾼, 시중드는 하녀로 보였다.


밖에 나가시면 항상 엄마는 허겁지겁

종종거리며 아버지의 뒤를 따르던 모습이었다.


나는 그렇게 살기 싫었다.

아빠 같은 남자도 싫고

엄마같이 살기는 더 싫었다.






내 나이 스무 살.

아빠같이 강인해 보이는 선배에게 다가가

썸이 시작되었으나

강하고 주도적인 면에서 아빠의 모습이 보여

내려놓았다.

아빠처럼 혼자 결정하고 너는 따르라는 태도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기에.



21살에 한 번 더 도전했던

강인해 보이나 속은 여릴 듯한 오빠에게 다가가 보았으나

막상 맘을 열고 다가온 모습을 보니

나약한 속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꼭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의 마음이 딱 내 마음이었다.

동경했으나 막상 뚜껑을 여니 실망스럽던 애슐리를 바라보던 마음.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아빠 같은 강인한 모습에 끌렸지만

이래저래 시행착오를 통해

아빠 같지 않은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남자로

결정했다.






그 후론

나를 우선으로 챙겨주던 따뜻한 남자들을 만나다

선택한 지금의 남편.


부모님이 강력히 반대하셨을 정도로

모든 면이 열악했던 남편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었다.


'이 남자라면 나를 혼자 두지 않겠지.

항상 함께 하겠지.'라는 나만의 기대를 갖고

다른 열악한 모든 조건과 환경을 무시했다.


아마 그때의 나는

나랑 함께 있어주는 따뜻한 존재에 대한

갈증이 그렇게나 심했었나 보다.


외롭지 않다고 말했었는데,

'외로운 게 뭐지?'라고 갸우뚱했던 나였는데,

외로웠었나 보다.

외로움을 두려워했을까...



그렇게 시작된 결혼 생활.

뭔지 버거웠고,

몇 년 지나니 심하게 버겁고 무거웠다.


장손 외 맏며느리가 되어서

결혼 첫해부터 제사를 가져와 모시면서

시댁 어르신들 열 분에서 스물댓 분씩 주무시고 가셨고,

시아버지가 부르시면 주 6일 근무 시절에

피곤한 몸으로

주말을 몽땅 바쳐 서울서 대중교통으로

전라도 땅끝까지 한 달에 두어 번씩 다녀왔고,

다녀온 후 사흘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지원은 없으면서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애를 낳는 게 너무나 당연한 분위기.


우리 집 가부장적 가풍도 힘이 들었는데,

시댁은 어나더 레벨이었다.


남편은 유별나게 관계가 끈끈한 시댁 행사나 모임에 100% 충성했고, 나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1%도 허용되지 않았다.


자기 뜻대로, 자기 욕심대로 되어야 했다.

될 때까지 화내고, 조르고, 짜증 내고

결국 자기 뜻대로 끌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살다 보니 결국 가부장제에 떠받들어진 외아들의 폭군의 면모가 드러났다.


육아도 고달프고

외로움도 고달팠다.


그렇게 피하 고팠던

<외부에서는 호인, 집에서는 폭군>인

울 아버지, 시아버지의 모습이

남편에게도 고대로 보였다.


"엄마처럼 안 살아!"라고 외치던

사춘기 때의 분노의 외침이

슬프게 스러진다.

딸은 친정 엄마 팔자를 따라간다고 했나...

나도 시어머니처럼, 엄마처럼 살고 있었다.






나쁜 남자라는 말이 흔한 시대다.


나에게는 남편이 나쁜 남자다.


그 시대의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의 모습 그대로

아내는 당연히 따르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니까.



반항해 봤자 싸움만 되고

결국 남편의 분노에 기분만 잡쳤던 시기를 지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분투의 시기를 넘기고.



내가 나로 서는 시기를 맞고 있다.






내 삶의 두 남자.


폭군들.


그 세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취향, 여성성을 세우고 지켜내기.



그 위대한 과업을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성과가 꽤 있다.^♡^



남성향의 가부장적인 세계의

하대 받고 억눌린 여성에서

나를 세우고 여성성을 지키는

자기 사랑과 확장.

아마 내 삶의 숙제이자 공부, 선악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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