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youngjoo Nov 11. 2017

크리스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라는 이름은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을 만나서 행복하라는 의미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냈다. 1년중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하는 나로선-내 생일보다 더 좋다-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안하고 지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작년엔 어쩔 수없었다. 크리스의 분리불안을 극복하려고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던 무렵이어서 그랬다.


작년 크리스마스, 포샵없인 볼 수 없던 당시의 크리스..ㅎㅎ


크리스마스시즌이면 유난히 들뜨고 크리스마스 전후의 날들까지 기념하며 요란을 떠는 나를 아는 친구들은, 그래서 크리스의 이름을 크리스마스에서 따온 것인줄 안다. 이런 추측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크리스라는 이름은 내가 지은 것이 아니다. 보호소에서 붙여준 이름이 크리스이고, 나는 그 이름을 새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부른 것이다. 크리스가 집에 왔을 때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려고도 했지만 크리스는 이미 자기 이름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많은 개들과 지내면서도 자기 이름을 그새 익힌 게 기특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보호소에 오기 전에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었을 크리스에게 또 다시 새로운 이름을 익히는 일을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크리스라는 이름이 개 이름 치고는 특이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 이름은 정말 수천만명이 가지고 있을만큼 평범해서, 내 기억에 초등학교때 나와 이름이 같은 아이가 한 무리에서 6명이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딸 이름 지을때도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특별한 이름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기에, 크리스라는 이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내가 알거나 들어본 한국 개 중에는 크리스라는 이름을 가졌던 개는 없었다. 그만큼 특이한 개의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궁금했는데, 보호소에는 워낙 많은 개들이 들어오니까 그냥저냥 갖다 붙였겠거니 했다.  

   

크리스 입양이 결정되고 우리집에 온 날, 그곳 서류작성을 위한 우리가족 사진을 담당봉사자에게 전송하고 감사인사를 하는데, 봉사자에게서 온 메시지는 내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크리스라는 이름은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가족을 만나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는 뜻에서 붙인 거였어요. 이름대로 이루어졌네요~”    


크리스가 우리집에 온날과 크리스마스는 불과 4일차이여서, 그날을 생일로 기념하여 앞으로 남은 크리스의 평생동안 우리는 함께 그 무렵 파티를 하기로 했다. 올해의, 크리스가 우리 가족이 된 후 첫 생일이 얼마남지 않아 어떻게 기념파티를 열어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크리스가 우리집에 온지 일년여, 우리 가정엔 정말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벌써부터 1일1산책이라는 원칙이 자주 흔들리기도 하고, 매일 안고 호들갑을 떨던 때와는 달리 가끔은 무심하게 너를 대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지키겠다고 다짐해 본다. 평생 너를 '크리스'라고 부르고, 네 평생의 모든 크리스마스를 함께 행복하게 보내겠다는 것. 앞으로 펼쳐질 모든 '크리스의 크리스마스'는 평생 내가 책임질게!!





매거진의 이전글 유기견이 반려견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