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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youngjoo Mar 24. 2020

엄마의 계란후라이

엄마밥 좋아하세요?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게 되면서 평생 해본 적 없었던 일들을 하느라 매순간 어려움을 겪었다.

선택적이고 기이한 완벽주의성향이 있는 나는 내 일을 남에게 맡기거나 대충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서 살림이 더욱 힘들었다.

아예 청소를 안했으면 안했지 어중간하게 치워놓는 것은 싫었고, 아예 외식을 하면 했지 사온 반찬이나 반조리식품으로 식탁을 차리는 것은 싫었다.

다행히 쌀을 불리고 갈아서 직접 이유식을 만들던 힘든 시기는 지나갔고, 점점 사정은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어려운 일은 바로 가족들의 아침을 차리는 일이다. 선천적으로 아침잠이 많은데다 아침밥상은 다른 끼니와는 다르게 간단히 먹을 수 있게 차려야 한다는 점이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아침밥상을 차리는 데 있어서도 내 이상한 성격이 적용되었다. 된장찌개에 몇가지 반찬, 그것도 다 직접 만든 게 아닐거면 차라리 안차려버리고 마는 이상한 습관때문에 아예 아침을 안 차리고 자버리는 날도 많았다. 몇첩반상을 차렸는데 아무도 제대로 먹지 않는 아침밥상을 치우는 날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더 이상 그런 불규칙한 아침차리기가 지속되어서는 안되었다. 나는 비로소 타협했다. 가끔은 씨리얼, 사온 반찬, 혹은 부실한 반찬이어도 어떻게든 아침밥상을 완성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 타협한밥상 에 가장 자주 오르는 메뉴는 계란후라이였다.


토스트 한장에 곁들여도, 누룽지를 끓인 간단한 밥상에 곁들여도 계란후라이는 완벽한 짝이었다. 심지어 혼자만 등장해도 괜찮았다. 입안이 깔깔한 아침에 먹기 편하다는 이유로, 딸은 계란후라이만 주는 아침을 더 좋아했다.


선택 후에는 집중이다. 자연스레 품질 좋은 계란을 고르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다 똑같은 계란같지만 사실 계란 고르기는 어렵다. 무정란과 유정란 중에는 유정란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유정란은 암탉과 수탉이 함께 만든 계란이고, 방사된 닭들이 낳은 알이라 동물윤리적으로도 더 좋다고 한다. 가격이 더 비싸고, 알의 크기도 더 작고 껍질도 약해서 유통기한이 더 짧다. 전문가들은 무정란과 유정란이 영양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말하지만 자연적인 환경에서 얻어진 유정란이 더 믿음이 가는건 사실이다. 유정란, 무정란을 따지지 않더라도 조금 더 좋은 계란을 고르는 방법은 있다. 껍질에 금이나 이물질이 없이 깨끗하고-껍질에 금이 가거나 곰팡이가 핀 것은 세균감염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깨보았을 때 노른자가 통통하게 솟아있지 않다-표면이 꺼칠꺼칠한 것을 고르면 싱싱한 계란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계란을 고르는 확률이 높아져 갈수록, 통통한 노른자를 깨기가 아까워졌다. 계란후라이를 만들 때마다, 출근과 등교준비로 각자 바쁜 가족들에게 묻게 되었다


“노른자 깰까, 말까?”


그리고 이 질문을 할 때마다, 엄마의 아침상이 떠오르게 된다.


엄마는 '살림꾼'이었다. 적어도 나랑 비교했을 때는 확실히 그랬다. 살림 중에서도 특히 잘하는 분야는 요리였다. 밥을 잘챙겨먹이는 게 엄마의 도리라고, 엄마는 믿었던 것 같다.

엄마의 아침밥상은, 우리가 안먹겠다며 거부하고 뛰쳐나간적은 여러번 되어도, 적어도 엄마의 의지로 타협한 적은 없었다. 늘 찌개가 있었고, 반찬도 여러개, 그것도 다 갓 만들어진 따끈한 반찬들이었다. 결혼하기전까지 받아왔던 엄마 밥상 중에서,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음식은 한번도 없었다.


그 아침상에는 늘 계란후라이도 함께 있었다. 엄마는 아침마다 물었다.


"계란후라이 깰까? 깨지말까? 아니면 노른자 살짝만 익힐까?"


세가지 계란후라이는 분명히 각각 다른 요리다. 세가지 선택지 중, 내가 주로 고른것은 살짝 익힌 계란이었다. 살짝만 익은 계란노른자를 선호하기는 했고 맛있게 먹으면서도, 가끔은 엄마가 그걸 아침마다 반복해서 물어보는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침에 바빠 죽겠는데, 그깟 계란노른자 형태를 묻는 엄마를 한심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엄마의 책장에는 <세상의 모든 딸들>이라는, 어두운 표지의 책이 꽂혀 있었는데, 나는 그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제목과 부제-부제는 '난 엄마처럼 살지않을거야'였다-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감정이 들곤 했다. 엄마가 왜 저런 책을 버젓이 꽂아두고 자신은 살림만 하면서 사는지, 그깟 계란 노른자 생김새에 집착을 하는 지 알수가 없었다.


엄마는 플로리스트였다. 재능도 있었다. 한번씩 아르바이트 삼아 꽃다발을 만들면 모두가 칭찬했고, 그 재능은 수익이 증명하곤 했었다. 엄마의 꽃꽂이 전시회에 따라가서 찍은 사진을 보면 엄마는 젊고 꽃처럼 예쁜 모습이다. 엄마는 "우리가 없었어도 회사 일은 힘들었다. 집에 있는 게 적성에 잘 맞았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없었다면 아마 꽃꽂는 일을 계속 했을 것이다.


새벽시장에 나가서 예쁜 꽃을 고르는 대신 노른자가 살아있을 싱싱한 달걀을 골랐던 엄마. 남주기도 아까운 예쁘게 핀 꽃 대신에 깨기 아까운 싱싱한 노른자를 보면서 젊은 날의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침을 차리며 엄마의 아침상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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