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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07. 2024

고용 센터 가는 날 2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하늘의 구름이 한없이 무겁기만 했던 날, 실업 인정 담당자를 만나 재취업 활동 현황을 확인받기 위해 고용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던 날이 있었다. 우산을 뚫을 듯 굵은 장대비가 사정없이 내려 옷과 신발, 가방이 모두 흠뻑 젖었다. 무더운 날씨에 비도 내리고 고용 센터를 방문하는 기분마저도 우울했다.


지난번 출석 교육 때 봤던 매정한 강사처럼 그날 만난 실업 인정 담당자도 자기가 해야 할 말만 줄줄이 쏟아냈다. 온라인 학습은 몇 회까지만 할 수 있다, 남은 기간 동안 구직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한다, 지원 업종의 기준은 어떻게 된다, 제출 서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등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참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몇 가지 추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후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쏜살같이 고용 센터를 빠져나왔었다.


고용 센터에서 만나본 담당자들은 응대 업무 매뉴얼 때문인지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보이려 애는 썼지만 그다지 인정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실직자들이 드나드는 기관 특성 때문인지 이곳 분위기는 어둡고 무겁기만 하다. 매일같이 실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원들도 일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위로와 격려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우울한 마음으로 방문한 실직자들이 작은 희망이라도 품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고용 센터가 실직자들에게 재취업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따뜻한 기관으로 다가간다면 직장인들이 매월 납부하는 고용보험료가 보다 더 값지고 의미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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