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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08. 2024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채용 정보를 찾아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채용 사이트들을 보면 참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직무에서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많은 곳에서 채용을 진행하는데 막상 지원 자격을 보면 내가 이력서를 제출할 만한 곳을 찾기는 어렵다. 업종이나 직무를 막론하고 주로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실무자급인 이삼십 대의 젊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모집 공고가 대부분이다. 


채용 사이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이 들어갈 자리는 없소.”


간혹 입사 지원을 하기에 적합해 보이는 채용 정보를 찾게 되면 우선 찜부터 해놓고 지원 서류들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기존에 작성한 이력서도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해 보고, 경력 사항에 빠진 것은 없는지 훑어보며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또다시 고쳐 써 본다. 내가 제출한 입사 지원 서류들이 채용 담당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골똘히 생각도 해본다. 서류의 내용들은 보고 또 봐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경력과 경험들도 이만하면 충분하고 모난 성격도 아니고 조직에 대한 적응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의지와 열정도 충만해 보인다.


최종 점검이 완료된 서류들을 제출하고 채용 담당자로부터 회신이 오기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당연히 면접을 보자는 회신이 오겠지라는 자신감에 그다지 걱정이 없었다.


‘설마 내가 면접도 못 보겠어?’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입사 지원 횟수가 늘어가면서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입사 지원을 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면접 보러 오라는 회신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잘 될 수 있을까?’


가끔 TV 뉴스에서는 청년들이 취직하기 위해서 입사 지원서를 낸 회사가 백여 곳이 넘는데 단 한 곳도 면접을 보지 못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전하고는 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재취업 과정을 몸소 체험해 보니 중년들의 재취업 문제도 청년 취업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 또한 국가적, 사회적 이슈로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불러주는 곳이 없다. 오늘도 나는 채용 정보들을 찾아본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다시 한번 훑어본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기도 한다. 입사 지원을 하면 면접 보러 오라고 회신이 꼭 오면 좋겠는데 이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같다. 이제는 제발 내게도 메아리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면접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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