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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un 21. 2024

아내와 함께하는 문화생활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오랜 사회생활에 지쳐가던 어느 날, 내 삶의 안식처이자 반려자는 결국 가족뿐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사회는 내게 공동체의 성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책임과 의무 강요했지만, 가족은 아무런 조건 없이 안정과 휴식을 주는 존재였음을 깨달았다. 이후로 나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었고, 영화나 연극, 맛집 탐방 등 아내와 함께하는 문화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젊었을 때 우리 부부도 여느 맞벌이 부부와 마찬가지로 바쁜 일상에서 서로에게 소홀해지기 일쑤였다. 아내와 나는 집안 살림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감당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여유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두 딸이 성인이 된 후로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에 대한 현타를 맞은 것도 이 무렵이다. 제일 먼저 주말이 찾아오면 아내와 함께 동네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다. 개봉하는 영화는 빠짐없이 관람하였고, 영화가 끝나면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가 SNS의 추천 요리를 먹으며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었다.


우리는 영화 보는 것을 꽤 좋아했다. 이제는 주말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며 탄산음료와 팝콘을 나눠 먹고, 서로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행복한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액션 영화의 스릴과 감동적인 드라마, 그리고 가끔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우리는 함께 웃거나 눈물을 훔친다.


영화 외에도 연극은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연극은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감동은 가슴에 오랜 여운을 남겨 주었다. 무엇보다도 대학로에서 작품에 혼신을 다하는 무명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생생한 표현력을 볼 때면 아직은 무명이지만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큰딸 생각에 그 어떤 관객보다도 더 큰 찬사를 보내게 된다. 연극 관람이 끝나면 아내와 손을 잡고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한참 동안 인상 깊은 장면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시간은 아내와 내게 더 깊은 감정의 교류를 가능하게 했다.


영화, 연극과 함께 우리의 문화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외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먹어보고 추천한 음식을 맛보러 다니는 일은 언제나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때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에서, 때로는 작은 골목길에 숨겨진 노포 식당에서 그들이 내놓는 음식에 탄복한다. 한 번은 서촌을 걸으며 우연히 들른 작은 분식집에서 맛본 즉석 떡볶이와 비빔당면이 너무 맛있어서 그곳을 단골집으로 삼았다. 특히, 과할 정도로 친절함이 넘쳐 흘렀던 사장님의 응대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내와 함께하는 문화생활은 소소한 내 삶에 행복을 더해 준다. 우리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소소한 행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작은 것에서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우리 부부는 함께 늙어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즐길 것이다. 아직 많은 날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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