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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ul 08. 2024

타임머신 여행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어릴 적 소중한 친구들과의 기억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절친인 친구 세 명과 함께 일 년에 두세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이 친구들과 함께한 세월이 벌써 사십 년에 가까워진다. 오늘도 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한여름 찜통더위를 뚫고 종로로 향했다. 반년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다. 이제는 녀석들도 반백 년을 살아온 나이이기에 흰머리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초등학교 시절 그대로이다.


우리는 종로의 한 주점에서 다시 만났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소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어김없이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개구쟁이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오락이었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락실에 들러 게임에 열중하느라 저녁 시간이 되는 줄도 몰랐다. 1차전을 오락실에서 치르고 저녁밥을 먹고 난 후, 2차전을 위해 동네 하천가에 다시 모여서 땅따먹기, 오징어게임 등을 하느라 날이 어두워지는 도 몰랐다. 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문밖에 내놓은 다 타고 버려진 연탄을 발로 부수며 도망 다니다 어른들한테 혼쭐이 나는 일도 일상이었다(그 시절 한옥집과 양옥집이 어우러진 골목길에는 난방을 위해 연탄을 태우는 집이 꽤 있었고, 대문 밖에는 연탄으로 쌓아올린 탑이 즐비했다). 때로는 빌라 3층에 사는 친구 집에서 공책을 뜯어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제일 먼 집의 지붕까지 날리는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말짓만 일삼던 그 시절,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던지, 세상 모든 시간이 우리 것이었던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우리는 말썽꾸러기에 개구쟁이였으며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오늘도 우리는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매번 모이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깔깔거린 것이 사십 년에 이르렀는데, 오늘도 우리는 또다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깔깔거렸다.  한 친구가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백 번도 넘게 탄 것 같다."


그 말에 모두가 웃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매번 그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던 것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 이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모임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매번 같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웃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며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흰머리가 늘어나고,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시절 초등학생 그대로이다. 사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게 늘 그 자리에 있는 친구, 언제나 웃음을 주는 친구, 언제든지 함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그 시절의 타임머신 같은 존재일 것이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다시 한 번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다음 모임은 언제 할까? 어디서 만날까?"


다음 번 타임머신 여행을 약속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매번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웃음을 찾는다. 서로에게 늘 감사하고,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친구들아,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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