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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Aug 22. 2024

커피가 주는 의미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 일러스트 출처 : chatGPT


언젠가부터 나에게 커피 한 잔이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 마셔온 커피였고, 처음엔 그저 어른들의 흉내를 내고 싶은 마음에 마셨던 것이었다. 당시엔 그 쓴맛이 대체 뭐가 좋을까 싶었지만, 어느새 커피는 반백 년을 살아온 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사람과 대화가 있는 자리에는 언제나 커피가 함께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커피를 마시면 밤잠을 설치게 된 것이다. 잠을 뒤척이며 뜬 눈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기 시작했고 커피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낮에도, 밤에도, 커피는 그냥 커피일 뿐이었다. 친구들과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은 나름의 여유와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커피를 마시고 밤잠을 설치는 일 같은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커피는 일상의 활력을 주었고, 피곤할 때면 커피 한 잔으로 다시 힘을 내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몸이 커피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건 나이가 들어서일까?


어느 날 밤,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밤새 뒤척인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창문 밖에서 어둡고 고요했던 긴 밤이 지나고 동녘의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리는 멍하고 속은 울렁거렸으며 등에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커피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커피가 나에게 익숙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커피를 쉽게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커피는 그저 기호식품일 뿐인데, 왜 이렇게 집착하게 될까? 나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건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 한 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유'였다. 커피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잠시 멈출 수 있게 해주는 여유였다. 한숨 돌리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 그것이 바로 커피가 나에게 주는 진짜 의미였다.

     

“우리 커피 한 잔 할까?”      


언젠가부터 친구들을 만나면 습관처럼 나온 말이었다. 커피를 권하는 건, 친구들에게 단순히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 시간을 나누고, 일상의 복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나누는 공유와 공감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속마음을 나누고, 아무리 바빠도 그 순간만큼은 느긋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내 마음을 달래주었고, 그 속에서 나는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있었다. 오후의 따뜻한 햇살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소중한 휴식이었다.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든, 혼자만의 시간이든 커피는 그 중심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커피 한 잔을 권하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또다시 찾아올까 봐 두려움이 앞선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분명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그것마저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어 아쉬움이 밀려온다. 나는 여전히 커피 맛을 모른다. 단지, 많이 쓰거나 혹은 덜 쓴 맛이 전부일뿐이다. 다만,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의 여유와 안정감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는 이제야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커피를 마시기가 두려워진 지금, 나는 그 잃어버린 시간을 아쉬워하며 다른 방법으로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해 본다. 녹차를 마셔보기도 하고, 달콤한 디저트와 밀크티에 기대어 보기도 하지만, 커피가 주는 감성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주는 깊은 안정감, 그 고요한 위로는 여전히 그립기만 하다.


사람들은 흔히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커피는 작은 사치였고, 그 작은 사치가 주는 만족감은 꽤 컸다. 하지만 이젠 그 사치를 누리기엔 대가가 너무 크다. 커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은 어김없이 밀려오는 피로감을 주었고, 하루를 망치기 일쑤이다.


그래도, 커피가 내게 주었던 그 여유를 다시 느끼고 싶다. 그것이 설령 짧은 시간이라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순간의 여유와 평화를 만끽하고 싶다. 비록 지금은 커피 한 잔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커피와 함께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다른 방법으로 나만의 여유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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