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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Aug 27. 2024

뽀뽀뽀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나에게는 두 딸이 있다. 녀석들은 네 살 차이로 이제는 모두 성인이 되어버렸다. 가끔씩 딸들의 어릴 적 모습이 그리워질 때면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사진첩을 꺼내 들여다보곤 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사진 속 그때의 장면들은 어제의 일처럼 여전히 생생하다. 딸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작은 몸집은 손가락 하나 대는 것도 조심스러울 만큼 연약했다.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두 팔에 감싸고, 작은 볼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면 세상 모든 기쁨이 내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일렁였다. 나에게 주어진 이 작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처음 깨달았다.


딸들이 자라면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무렵, 그 작기만 한 발로 바닥을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얼마나 어설프고 귀여웠던지.      


“아빠한테 와봐!”     


거실 한쪽에서 손뼉을 치며 부르면, 두 팔을 벌리며 기운차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미소가 절로 나왔다. 품에 안기면 뽀얗고 통통한 볼에 뽀뽀를 사정없이 해댔다. 딸들이 품에 안겨 웃을 때마다 내 안에서는 흐뭇함이 넘쳐흘렀다.


녀석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그 작은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서던 날들이 떠오른다.      


“유치원 잘 다녀와.”     


현관 앞에서 딸들을 안고 뽀뽀를 해주면, 녀석들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가방이 몸보다 커 보일 정도로 작았던 모습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한편으로는 녀석들이 바깥세상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선생님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친구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지, 혹시라도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진 않을지. 다행스럽게도 녀석들의 유치원 생활은 별 탈 없이 무난했다.


시간은 빨랐다. 어느새 딸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학교라는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때도 나는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희들 세상이 시작되는 거야.”      


그러고는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뽀뽀를 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지만, 늘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떨칠 수 없었다. 4년이라는 시간적 차이가 있었지만, 큰딸과 작은딸을 대함에 있어서는 항상 변함없는 아빠였다.  


그렇게 뽀뽀를 해주며 자랐던 딸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었다. 더 이상 작은 가방을 메고 나를 향해 걸어오던 아이들은 없고, 이제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어엿한 성인들이 내 앞에 서 있다. 여전히 나는 녀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어느덧 스스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함과 함께 조금은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특히 녀석들의 그 작은 볼과 입술에 매일같이 뽀뽀를 해주었던 순간들이 자주 떠오른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끔 딸들에게 말한다.      


“아빠하고 뽀뽀 한 번 할까?”     


그러면 딸들은 기겁을 하며 내게서 도망을 친다. 예전에는 그렇게 뽀뽀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기겁하며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진첩 속 어린 딸들의 모습은 아직도 그대로지만, 내 눈앞의 딸들은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그리운 것은 단지 그때의 귀여운 모습뿐만이 아니라 그 시절의 순수함, 작고 소박했던 행복들이 모두 그리워진다. 손바닥만 한 작은 손을 잡고 뽀뽀를 해주면, 한없이 밝게 웃음 짓던 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리움이란 지금까지의 모든 사랑이 남긴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딸들과 함께 만들어갈 나날들이 얼마나 기대되는지 가슴이 설렌다. 딸들은 지금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딸들이 내 곁에 자주 머무는 시간은 줄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빠와 딸로서 서로의 삶을 끊임없이 공유해 갈 것이다.


나는 여전히 딸들을 사랑하고, 녀석에게 애정을 표현할 방법을 찾는다. 비록 뽀뽀를 해줄 수 있는 순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 대신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한다. 어쩌면 뽀뽀는 이제 말로 대체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딸들, 사랑해.”     


“딸들, 고생했어.”     


“딸들, 힘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딸들에 대한 아빠의 마음일 것이다.


* 일러스트 출처 :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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