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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윤호 Nov 09. 2022

장고 끝에 악수

인간관계에서

 '장고 끝에 악수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상적으로 오랫동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가장 합리적이고 합당한 것이어야 하지만 오히려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수를 읽어 묘수를 내야 하는 바둑, 장기 등의 전략 게임을 할 때 주로 쓰곤 한다.


 얼마 전, 친구가 나에게 본인의 인간관계에 고민을 털어놨었다. 친했던 대학 동기와 군대를 갔다 온 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멀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다시 친해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 많았고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아직도 어떤 것이 옳은지 헷갈린다고 했다. 이에 나는 다 말하라고 했다. 너 혼자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원래 더 좋아하는 쪽이 애쓰는 것이라고 네가 싫다고 말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말을 하지 못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제일 힘든 것은 무엇일까? 시험 성적이 안 나오는 것? 돈이 부족한 것? 상황에 따라 이것들도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인간관계이다.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주변 친구가 없다는 것은 나의 자존감을 낮춘다. 주변 사람과 싸웠을 때는 당시에는 화가 나서 그랬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서 별 일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고 미안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나는 가벼운 카톡을 보낼 때도 10분을 고민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한다. '이렇게 보내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이 내용은 조금 이상하게 읽힐 수도 있겠는데?', '이렇게 보내면 상대방이 더 잘 답할 수 있겠지?' 등등 말이다. 그러다 보낸 카톡 내용에 후회할 때가 오히려 많았다. 장고 끝에 악수였던 상황이다. 확실히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은 최고의 수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전략 게임에서는 장고 끝에 악수라도 두어 상황을 이어갈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장고 끝에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너무 많은 생각은 잘못된 방법을 확신시켜주는 자기합리화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오랜 생각 끝의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는 내 주변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이 느껴질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버릇이 있다. 괜히 그 사람도 귀찮아지고 나도 상처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짜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은 최선의 방향을 찾으려 한다. 나도 상처받지 않고 그 사람도 귀찮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그런 방법은 없다. 그래서 결국에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어지지도 못해 혼자만 고민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만 하다 정작 기회가 있었을 때는 또다시 말하지 못한다. 이처럼 모든 말에는 그때만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그러니 쉽게 생각하자. 좋다면 좋다고 말하고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며 할 말이 있다면 할 말을 해서 나중에 그것이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장고 끝에 말을 못 한 후회는 남기지 말자. 이것은 아직도 사람을 잘 모르는 나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하는 당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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