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이윤호 Nov 21. 2022

가끔씩 전화하려 합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텍스쳐를 통해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하기보다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에 SNS를 이용한 소통은 더욱 늘어나고 있죠. 여러 장점이 있지만 나의 생각을 바로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충분히 생각한 후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감추고 싶은 감정은 SNS 뒤에 철저하게 숨길 수 있죠. 초면에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거나 '말'을 매개체로 하는 대화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저도 SNS 상에서 대화하는 것을 더 선호했죠. 그러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습니다. 


"메시지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으로 그 글을 썼는지 상대방은 모르기 때문에 더 친절해야 하고 더 상냥해야 한다고!" 


 그때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는 카카오톡을 보내거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낼 때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합니다. 'ㅋㅋ', '!' 등의 표현도 여러 번 쓰죠. 그러다 언제 한 번은 제 친구가 이모티콘을 왜 이렇게 자주 쓰냐고 물어보더군요. 그 말에 저는 '그냥?'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저는 제 감정을 텍스쳐 안에도 담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평서문으로 이야기하면 진지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느낌을 담은 것이고, 감탄사를 사용한다면 그 말에 열정적으로 공감하거나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며, '...'을 사용한다면 약간의 망설이는 느낌과 말을 흐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죠. 그렇기에 한 문장을 쓰더라도 '.'을 쓸지, '!'를 쓸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상대방이 내 글을 읽으면 어떤 어감으로 읽힐까? 오해는 하지 않을까? 많은 생각을 했죠. 친해지는 과정에 있는 친구일수록 생각하는 시간은 더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고 서로의 시간도 빼앗지 않을 수 있는 SNS 상의 대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냥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카카오톡을 제대로 못해봐서 그럴까요? 어른이 된 저는 카카오톡이 오기만 해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화가 하고 싶어 졌습니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지더라고요. 실제 감정도 느끼고 싶었고요. 카카오톡으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며 글을 읽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죠.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잘못 답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짧더라도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전화가 하고 싶어 졌습니다. 다소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감정을 숨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괜한 오해를 하게 하는 SNS보다 정신적으로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은 왜 바로 보지 않는지, 딴 일을 하고 있어서, 혹은 바빠서 연락도 안 되는 것인지, 내 텍스트에 오해할 만한 것이 있는지. 괜한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요. 안 그래도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일이 많이 있잖아요.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는 그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이제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시간 날 때 무미건조한 텍스쳐로의 대화보다는 생기가 느껴지는 전화를 하려고 합니다. 처음 시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상대방이 귀찮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 상대방은 SNS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 상대방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전화를 하는 것을 망설이게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에서 벗어나 전화를 할 용기가 생겨 일단 전화만 할 수 있다면 다음에는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잖아요. 여러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로써 소통을 하고 있나요?


작가의 이전글 이번 방학의 주제는 '도전'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