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군대를 입대했을 때는 바로 복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기도 했고, 졸업도 빨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복학을 하려고 했고 전역 3달 전만 해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전역이 다가올수록 '내가 지금 바로 복학을 한다면 앞으로 계속 공부만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그래서 바로 복학을 하기보다 내가 못해본 것을 해보기로 했다. 자격증도 따고 여행도 다니고 못해본 것도 하고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할 수 있는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전역을 하자마자 처음에 나는 공무원 시험공부를 해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공무원 시험은 다른 것이 안 됐을 때 마지막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던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 번 공부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내 생각과 달리 쉽지 않았다. 쉬울 것이라고 여겼던 공무원 시험은 '헌법, 행정학, 행정법, 경제학' 모두 전공과목처럼 공부해야 했고 양도 많았다. 한두 달 동안은 하루 종일 강의 듣고 복습하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지금은 공부를 중단했다. 그 이유는 나를 잘 알기에 계속 반복해서 공부한다고 해도 내가 대학 공부를 병행한다면 공무원 준비는 뒷전이 되어 까먹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 공부함으로써 어떤 내용이 있고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요령을 알게 되었으니 우선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확실히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복학을 했더라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도전했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은 같이 준비했던 한국사 검정 시험 결과였다. 기본 베이스가 있었기에 처음에는 당연히 1급이 목표였고 여러 기출을 풀었을 때에도 아슬아슬하게 1급 컷을 맞출 수 있었다. 한국사 검정 시험이 1급은 맞기 쉽더라도 언제나 변별력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100점은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시험은 이상하게 잘 풀렸다. 문제를 보고 이런 내용이 나올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선지에 있었다. 어려운 문제도 어느 정도 유추를 통해 쉽게 풀 수 있었다. 그 결과 정말 100점을 맞은 것이다. 중학교 이후로 사회문화 과목을 제외하고 100점이라는 점수를 받아보지 못했고 그 결과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감을 올릴 수 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이번 휴식에서 나는 뜻깊은 도전을 여럿 했다. 그중 하나는 '브런치 작가'다. 원래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쓰고는 했다. 그러던 중 브런치를 발견하고 이 공간에 내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9년도와 20년도에도 신청했지만 떨어졌었다. 반복된 실패에 포기하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도전했다. 그 결과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목표한 바를 이룬 것이다. 어느 정도 나오는 조회수도 행복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성장하는 것이 몸소 느껴지기에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다. 그리고 RPG 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다. 나는 RPG 게임을 정말 싫어한다. 레벨은 잘 안 오르고 필요한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것이 싫고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플스토리도 20렙 찍고 재미없다고 그만두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한번 진득하게 해보고 싶었다. 내가 편협한 생각에 갇혀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해보니 재밌었다. 이 경험도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누군가는 무과금으로 힘들 것이라고 했던 스토리와 퀘스트를 이 악물고 깼고 이것을 보고 그렇게 깨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대단하다고 말해준 친구의 말에 괜히 뿌듯해졌다. 분명 그것 때문에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있다. 그래도 RPG는 지루한 것이라는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도전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내 편협했던 생각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 도전은 해외여행이다. 나는 해외를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부모님께서 유학을 다녀올 수 있도록 마련해줘도, 방학 때 해외여행 갔다 올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해도 나는 해외가 무서웠다. 미국은 총 때문에 무서웠고, 일본은 지진 때문에 무서웠다.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공간을 간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무서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갈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도전하려고 한다. 해보지 않으면 영영 모르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후기도 꼭 브런치에 올리겠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
아직 나이는 젊지만 여러 도전을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도전에는 타이밍이 있다. 지금 내가 RPG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또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전공 공부와 논문을 쓰는 것에 바빠 경험조차 못해봤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사 만점이라는 점수는 못 받았을 것이고 공무원 시험에 어떤 내용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나중에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도전을 함으로써 얻은 것이 많았다.
도전도 중요하지만 그 도전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이 아니고 나중에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미루는 일이 많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나중은 없다. 지금 하지 않은 것을 나중에 한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없다.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바로 도전해보자.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고 나처럼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다. 당신도 새로운 도전이나 잠시 접어두었던 일을 다시 도전함으로써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 도전이 나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