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

나의 장점 찾기

 얼마 전에 군대 동기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막상 전역을 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모르겠다.' 이 질문에 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편하게 생각하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답했죠.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제가 했던 답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았어요. 사실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말이죠. 나도 못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보라고 권유했던 것입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왜 직장을 그만뒀는지 묻는 인터뷰가 많습니다. 대부분 어쩌다 보니 갔는데 너무 안 맞아서 나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나왔다, 심지어 목표가 있어서 갔는데 생각과 많이 달라서 그만두었다고 답을 하죠.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끝난 수능만 해도 수능이 끝나면 당장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죠. 하루에 끝나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생각을 하고 나면 이제는 대학을 생각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죠. 그전까지는 당장 눈 앞의 수능이라는 목표만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직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성적에 맞춰 가게 되죠.(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을 갔던 사람들도 생각과 다른 방향성에 방황할 때가 있죠.) 그 결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대학생 때도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뭔데? 답은 안 나오고 또다시 성적에 맞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죠. 너무 아니다 싶으면 반수를 통해 다른 대학을 가고자 합니다. 그러다가 지쳐서 다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방황하기를 반복하죠. 이런 사례들을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라는 질문은 사실 답이 없고 우리는 답이 없는 질문에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능력이 없기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죠. 실력이 안되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의 우선순위에 있던 것들은 자동적으로 제외됩니다. 어떻게 노력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어도 막상 했을 때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라는 말은 무책임하고 잘못된 것입니다. 찾기에도 어렵고 조건도 까다롭죠. 쉬워 보이지만 제일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잘하는 것을 해라라는 말이 괜찮을까요? 이게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은 잘하는 일을 하다 보면 성취감을 얻습니다. 거기에 더해 주변의 칭찬은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흥미를 유발하죠. 그리고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찾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합니다. 다 시도해보는 것이죠. 무엇이든지 시도할 수 있는 자신만 있다면 잘하는 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2% 부족한 느낌입니다. 잘하는 일을 찾는 것은 그 과정에서 실패가 거듭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죠. 그래서 고민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내가 보는 그 사람의 장점을 말해주자. 저에게 그 질문을 한 군대 동기의 장점은 우선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시선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주장이 뚜렷하면서 고민은 잘 들어준다는 것이었죠. 이 장점이 떠올랐다면 이제 이 장점과 잘 어울리는 일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정치인? 사업가? 카운슬러도 괜찮을 것 같고' 이렇게 범위가 좁혀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느낌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것이 시작점이 되는 것이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나의 장점을 잘 모르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찾고 나의 자존감도 올라갈 수 있는 효과가 있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가 아닌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선행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이 충분히 되었다면 답이 없을 것 같았던 질문에도 답이 보이기 시작하죠. 물론 그것이 정답일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오답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해봤다는 것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장점을 찾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더라도 능력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죠. 생각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장점과 연결되어있다면 그 어려움도 잘 이겨낼 것입니다.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하세요. 내가 아는 나의 장점이자 남들도 인정해준 나의 장점임을 기억한다면 더 힘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죠.

덧붙이는 말)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것과 나의 장점을 찾는 것의 차이가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에 따라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그중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면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는 평소의 행동양식에서 볼 수 있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과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장점을 찾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자는 실력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할 수 있다면 후자는 실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부분도 연관되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제일 근접할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