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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윤호 Nov 18. 2022

익숙함을 경계할 것

 '익숙하다' - 어떤 대상을 자주 접하여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


 누구나 처음 타인을 대할 때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가며 친한 친구라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상대방의 기쁨에 나도 기뻐하고 상대방의 슬픔에는 같이 아파한다. 그리고 가족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옆에 있어줬던 소중한 존재다. 나에게 소중한 친한 친구와 가족들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진다. 누구보다 편한 사람이 되어간다. 힘든 삶 속에서 의지할 사람이 있고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편한 나머지 그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다. 항상 내 곁에 있었기에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해도 웃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공감해줬기에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거침없어진다. 그들도 나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을 텐데 나는 더 상처 주는 말을 한다. 그들은 나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텐데 만났을 때도 나는 핸드폰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자신 말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내가 미웠을 테지만 이해해준다.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나와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아껴줘야 하지만 익숙함에 속아 더 못되게 대한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그 상대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 그 사람이 내 옆에 더 이상 없을 때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별이든지, 단순한 이별이든지 관계 없이 그 사람이 내 옆에 없을 때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떠오르며 나에게 얼마나 잘해줬음을 알고 후회하며 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은 누구나 '옆에 있을 때 잘하자.' 말하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소중함이 익숙함에 무뎌져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익숙함을 경계하자'는 말을 하기에는 상당히 쉽다. 그렇지만 계속 의식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까먹고 만다. 해결법은 없다. 그냥 계속해서 경계해야 할 뿐이다. 내가 내 옆의 익숙한 사람을 대할 때 낯선 이보다 못하게 대하고 있지 않는지,  미안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계속 생각해보고 반성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말을 숨김없이 한다. 그래서 친한 사람들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나쁜 말을 하고 듣기 싫은 말을 한다. 그러나 솔직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 남을 고려하지 않는 솔직함은 이기적이라는 말의 변명에 불과하다. 내 옆의 소중한 사람은 아무리 익숙하고 편하더라도 언제나 나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하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장난이라는 말 뒤에 숨어 함부로 대하지 말자. 언제든지 나를 떠날 수 있음을 생각하자. 이것은 점점 사람이 편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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