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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윤호 Nov 16. 2022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올해 최고의 밈(meme)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이 말을 선택할 것이다. 이 밈은 라이엇에서 주최하는 롤드컵에서 나왔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여러 국가에서 자국 리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고의 리그와 팀을 가리기 위해 각 국가의 리그에서 대표팀을 정해 국제 대회를 진행한다. 그것을 우리는 '롤드컵'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4 시드까지 받을 수 있으며 제일 하위인 4 시드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거쳐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할 자격을 갖게 된다. 4 시드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거쳐야 하기에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전략적으로도 누출될 위험이 높다. 또한, 기본 체급으로도 언제나 낮게 평가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 시드의 우승 확률은 거의 0% 에 수렴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4 시드인 DRX는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힘들다고 여겼던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당당하게 1위로 통과한 DRX는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이변을 일으키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그 이후의 8강, 4강 그리고 결승까지 모두 역배였다. 하지만 DRX는 그 힘든 경기를 모두 이기고 우승했다. 최초 4시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것이 더 감동적인 이유는 그들의 경기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4강을 제외하면 8강은 패패승승승의 역스윕으로 역전 드라마를 썼으며, 결승은 3대 2로 힘든 경기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또한, DRX는 롤드컵 4 시드 선발전에서도 모두 3대 2로 역배를 뚫고 올라온 팀이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마음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DRX의 우승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교훈이 되었다. 누구도 안 될 것이라고 할 때,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고 할 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임을 우승으로 증명했다. 나도 DRX를 보고 정말 많은 감정을 느끼고 여러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DRX를 보고 소년만화 같다고 한다. 그래서 감동이라고 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목표를 달성한 DRX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조연에 불과해 보였던 등장인물이 주연으로서 성장했다는 것에 감동했다고 한다. 어려움을 겪고 누구보다 빛나는 위치까지 성장한 주인공을 보면 내 일이 아님에도 감동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보더라도 우리는 스토리를 만들어 소년만화의 주인공을 만들고 그를 응원하는 것에 열정적이다. 그리고 그가 성공한다면 내 일이 아니더라도 누구보다 기뻐한다.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난세에 영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범위를 작게 나 자신으로 좁히자면 '내가 힘들 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누구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주인공처럼 성장한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실패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힘든 고난 속에서 성장한 주인공에게 가끔씩은 깨달음을 얻고 때로는 주인공에게 나 자신을 투영해 그 감정을 느껴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떨리게 만든다. 삭막한 삶 속에서 좀처럼 설레는 일이 없던 나에게 그런 떨림은 삶을 재밌게 만든다.


 그러나 소년만화의 주인공은 그저 위로만 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년만화 속의 주인공과 다르게 현실 속의 자신은 쉽게 포기하고 만다. 해도 안된다는 생각은 여러 합리화 속에서 당연한 사실로 변해간다. 사람의 의지는 생각보다도 더 약하기에 꺾이기 쉽다. 하나를 포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것들도 더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내 한계가 정해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 자존감도 낮아진다.


 그렇기에 초장부터 끝까지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력한다고 안 되는 일은 많다. 그렇지만 노력했을 때 성공했던 경험은 짜릿하다. 그리고 만약에 노력해서 안 된다고 해도 노력했던 과정은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된다. 적어도 실패에 무서워 바로 꺾여버리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시도해보자. DRX가 몸소 증명했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임을 기억하며 한계가 느껴질 때 이 말을 한 번 떠올려보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12월 3일부로 덧붙이는 말) 독일, 스페인과 같은 조가 된 일본은 절대 16강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두번째 경기를 치른 후, 16강을 진출할 수 있는 확률은 9퍼센트였다. 모든 것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 첫 골을 이른 시간에 헌납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작은 16강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역시 힘들겠다. 안 되겠네. 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은 포기하지 않았고 두 팀 모두 역전골을 터트리며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면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임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게 했다. 하루하루 감동을 주고 있는 한국 축구가 이 마음을 잃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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