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양꼬치에 칭따오로 친구들과 저녁을 보냈다. 그때 웃으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를 보고 군인 친구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봤다. 군대 후임이었던 애들이랑 연락한다고 하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아니, 전역했는데 아직도 연락하고 있어?"
예전에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있다. 전역하면 끝인 것 아니냐고, 왜 계속 연락하는지 궁금해하더라.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후임들에게 싫은 말은 별로 안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했고 딱히 뭐 하라고 시킨 기억도 없다. 착한 선임이었지만 재밌는 선임은 아니었다. 그냥 흔한 선임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너무 힘들었기에 조심스러웠다.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무서움이 있었고 지나가는 말로 어차피 전역하면 끝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더 그립고 아쉬운 것일까? 내가 친한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바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그때를 계속해서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는 마음이 여유로워져서이다. 군인이었을 때, 나는 적은 인간관계만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인간관계의 끝은 언제나 후회였기 때문에. 그래서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적당한 유대를 쌓으려고 했다. 그랬지만 애초에 사회에서 알고 있던 사람을 만난 것부터가 계획 밖이었다. 그것도 안 좋았던 인연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그 인연을 동기로 만난 것은 사고였다. 첫 시작부터 나는 내 다짐을 지킬 수 없었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소비를 해야 했고 제때 휴가도 나가지 못했기에 내가 후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괜히 화풀이하지 않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것과 힘들지 않게 괜찮은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저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전역 3달 전에 휴가를 나갈 수 있게 됐을 때, 그리고 전역이 다가올수록 내가 얼마나 후임들에게 많은 정을 줬는지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이다. 고민이 해결되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다시 많은 인간관계를 쌓고 싶어졌다. 나와는 다른 사람의 삶이 궁금해졌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싶었고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필히 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모든 인연을 가져가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잊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노력했다면 더 친해질 수 있었고, 더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었고, 더 재밌는 선임이 됐을 수도 있는데 내가 힘들어서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바쁜 삶 속에서 더 그리워졌다. 또 행복한 순간에는 더 생각나니 그냥 계속 기억하기로 한 것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생일만 챙겨줘야지라는 생각이 커져서 후임 아무개가 아니라 사람 아무개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좋은 인연이라서."
이것이 왜 아직도 연락하고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내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