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하기로 했다.

다시 읽고 다시 쓰기 6

by 작가 이윤호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선택했더라면 지금 내가 슬픈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들은 후회했던 일들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후회할수록 또 다른 후회는 늘어갔고 이것은 나를 추락시켜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는 과거의 나를 탓하며 후회하고 그 후회는 온전히 현재의 내 몫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4년 동안 한 가지 일로 계속 후회해본 적도 있다. 그 후회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도망 다녔고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피했다.


=> 다시 쓰기) 내가 만들어가는 인간관계의 끝은 늘 후회였기에 더 깊은 관계를 쌓아갈수록 불안해졌다. 언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이별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나를 두렵게 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헤어짐을 겪지 못한 탓이다. 언제나 끝이 좋지 못했다. 이제는 그 끝이 오더라도 제대로 알고 지나오고 싶다.


내가 언제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충분히 슬퍼할 이유를 만들어줬고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사실 누군가 알아줬으면 했다.

그래서 나를 위로해줬으면 했다.


무너져가는 나를 더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군대를 갔다. 그때 나에게 편지를 보내온 친구들이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 나도 의지할 사람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생각해보면 군대가 나를 정말 많이 힘들게 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군대를 갔을 때 나는 훈련만 열심히 받자고 생각했다. '인간관계를 쌓는 것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온다.' 그렇게 후회할 바에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가 다시 인간관계를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당연히 그 후에도 인간관계에서 많은 후회를 했다. 아쉬움이 가득했다. 가끔씩 과거의 후회들은 나를 다시 자책하게 만들었고 나를 질책했다. 그러나 그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처음 나를 추락시킨 후회에는 아무런 미래가 없었다. 후회만 하느라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 생각조차 안 했고 누구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후회에는 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똑같이 후회는 했고 또다시 우울해졌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 다시 쓰기) 멋대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만 그대로라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조금 비참해 보일지 몰라도 더 적극적이기로 했다. 보고 싶으면 내가 더 연락하고 궁금하면 내가 더 물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자존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설마, 혹시, 라는 생각이 내가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에 내 자존심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그 일이 없었더라면 지금 내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알았을까.'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 일이 없었더라면 친구를 어떻게 잘 사귈 수 있는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왜 잘해줘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후회로는 바뀌는 것이 없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남은 것은 나를 위로해줬다. 결국에는 그 후회하는 과정에서 나는 더 성장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성장하여 '후회'를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다 후회했던 과거가 있었고 나를 후회하게 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후회하지 마. 현재만 생각하고 과거는 생각하지 마. 지나간 과거는 잊어.'라고 말하지만


내 가슴 깊숙한 곳까지 박힌 트라우마, 후회하게 한 일들을 잊을 수 있을까?


잊기 어렵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엄청 행복해진다고 해도 트라우마는 갑자기 찾아오고, 과거의 후회는 불현듯 떠오른다. 기억을 삭제하지 않는 이상 나와 평생 함께하는 것들이다. 트라우마를 가장 잘 극복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진실에 마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약한 강도에서 시작해 점점 강한 강도로 진실을 마주해 익숙해지는 것이다. 후회도 마찬가지다. 후회의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냥 후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후회한 일의 결과 지금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 다시 쓰기) 나는 4년 동안 후회했고 그 시간을 지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또 후회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그래도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하다는 사실은 나를 위로해주더라. 평생 의지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없었으면 일 하나를 못했을지도 모른다. 힘들 때 옆에 없다면 불안에 잠을 지새웠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의 유대는 마약과도 같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의존하게 되고, 그때마다 서서히 마음을 좀 먹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내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을의 입장에서 만들어온 인간관계는 언젠가 나에게 독이 됐을 것이다. 언제나 솔직할 수 있는 지금의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 후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에 만족한다.


덧붙이는 말) 과거의 인간관계를 다시 돌려놓고 싶은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만약에 지금의 내가 노력한다면 그 인간관계를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 이후의 나는 정말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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