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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26. 2023

짝사랑의 시작 2

그럼에도 불과하고 좋아했다


(1편에 이어서)

기억도 못할 것이다. 아니, 자긴 원래 그렇지 않냐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일기를 읽으며 다시 떠오른 그날의 그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냉랭했다. 물론 그 당시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잘 풀리지 않는 하루였을 수도 있지만

다른 손님들과 웃으며 대화도 잘 하고 친절했던 사람이 왜 그날은 나에게만 냉담하게 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인사마저 무시했던 건 너무했지. 심지어 눈까지 마주쳐놓고. (나도 손님이었다고,,) 가뜩이나 다른 여자와 데이트나 하는 자기 때문에 속상한데 다음날 일 때문에 찾아간 사람에게 이틀연속 차갑게 대하다니,,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던 미움+얄미움+욱함이 올라와버렸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니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고 그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만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했던 그 남자가 더 얄밉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욱한 마음에 직설적으로 묻고야 말았다.


"나한테 화난 거 있어요? 관심 있는 남자가 텍텍거리니 신경 쓰이잖아요."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뒤늦게 들은 지인들은 '네가? 진짜?' 라며 경악했다. 심지어 L양은길거리에서 대뜸 소리를 질러버렸다.)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그 남잔 핸드폰을 내려놓고 억울한 듯이 웃으며 '저 원래 그러잖아요'라고 말했다. 당황스러웠겠지만 얼마나 환하게 웃었는지 당신은 알까. 내가 예쁘다 말했던 그 눈웃음은 그날부터였다. (물론 그 순간은 나만 기억한다.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얼굴 잔뜩 붉어져 도망치듯 나온 그 순간도.)


원래 그렇다 했지만 느려터져 답답하던 연락 속도도 그날부터 달라졌는걸. 욱한 마음에 질러버리긴 했지만, 그날부터  스스로 어장에 들어간 것일 수도 있지만 한 번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고. 늘 생각만 하다 대놓고 티를 내니 속이 시원하기도 떨리기도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바로 다음날 그 사람은 또다시 데이트를 했다.





그럴 수 있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나 괜히 내 마음을 질러버린 건가 후회가 밀려왔다. 다른 사람과 썸 타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욱한 마음에 질러버리다니,,

그 여자와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큰 치명타를 남기긴 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몇 가지 사건들이 있지만 우리가 어긋난 무수히 많은 일들 중에 이것이 시작이 있었다는 걸 일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나에겐 잠시나마 설렘으로 남아있었던 기억들이 알고 보니 어긋남 투성이었구나. 그럼에도 그 사람을 계속 좋아하다니. 미련한 건지 대단한 건지,,,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또 한 번 욱한 마음에 크게 질러버리긴 했으나 그때 나의 바람은 하나였다.

'더 이상 그 남자로 인해 속상하지 않은 것.'


그래서 그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많이 좋아했다고.

그 남잔 내가 좋아하는 걸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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