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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30. 2023

사랑에 빠지면 예술적인 사람이 된다.

무엇때문인지 모를 끄적거림

오랜만에 연락을 한 지인들이 하나 같이 나에게 물었다.

"물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어때? 괜찮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알지도 못하면서 조심스레 묻는 똑같은 질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사랑을 할 때 더 예술적 이어진다는 주변인들의 말이 맞나 보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떠올린 이야기로 그림책을 구상했고 하찮지만 더미북을 그려보았다. 처음 그 그림책을 읽은 D양은 눈물을 흘렸다. 작품 배경을 알기 전 자신의 개인 경험에 의한 눈물이긴 했지만 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림책을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말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림책 출판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공모사업 팁도 얻을 겸 냉정한 평가도 받을 겸 더미북을 보여주었다. (출산 이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첫 번째 희곡에 한 에피소드를 담당해 준 실제 주인공이자 따뜻한 그림체를 가진 작가이다.) 그림책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수정할 지점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말을 듣게 되었다.


"슬펐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지인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림책이 주는 뭉클함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과 배경을 더 물어보고 싶었다고. 슬프라고 쓴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하나같이 반응들이 똑같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난 왜 또 이모양일까요?'라는 나의 물음에 '자신을 잘 돌보려고, 잘 성장시키려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거라 생각돼요'라고 답해주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알지도 못하는 지인에게 나를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자 이 그림책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장르를 선택해 공모사업에 지원해 버렸다.

 

나는 한 때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 여사처럼,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 조세핀처럼, 샤갈의 아내 벨라처럼 누군가의 뮤즈가 되길 바랐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의 뮤즈가 되어주었구나.



우습게도 난 그 사람을 좋아하며 썼던 글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숨겨버린 글들을 지금도 다시 찾아 읽어보곤 한다. 진심이 담긴 까닭일까,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말처럼 잠시 뭔가 씌었던 것일까. 꽤나 재밌게 잘 써진 글들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씁쓸하고 아프기도 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 보고자 썼던 글들인데 D양은 이번에 함께 공모를 준비하며 내 글들이 발전된 것 같다 말했다. 그리울 때마다 글을 쓰면 책 한 권은 쓰겠다 했었는데 글 실력만 소소하게 늘어나고 있나 보다.  


그림책에 대해 상의했던 그날. 다른 친구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짜고 친 고스톱처럼 똑같은 질문을 한 것도 웃기지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을 똑같이 해준 것도 참 신기했다. 그러나 차마 대답은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려면 당장 그 사람 보러 가야 한다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데 사귀는 게 아닌 얼굴 보는 거라니 꿈이 너무 소소한 거 아니냐며 D양은 타박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는 거지.




공연사업을 준비하며 1년 전 영상을 보았다. 내 연기를 직접 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영상인데 다시 보니 그때 기억도 떠오르며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때는 정신없어 느끼지 못했지만 그 속에 담긴 그 사람의 모습은 참 멋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착장에 어쩜 나보다 더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한참 대본을 보다 내가 맡은 역할이 제일 괜찮다며 칭찬을 해준 사람이었다. 동료 배우가 예쁘지 않냐는 물음에 (개인의 취향과 어긋나서 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라고 말해주던, 못한다 거리면서도 결국엔 다 들어주던 툴툴이였다. 그 공간에서 이뤄졌음 했던 우리의 공연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던 고마운 사람.


요즘 들어 D양도 누구도 나에게 그 사람 이야길 꺼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의 우연함은 참 별로였다.

일하러 찾은 동네 카페에 사장님의 친구들이 모여 한참 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별생각 없이 주문을 하고 앉으려는데 오랜만에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길 듣게 되었다.

좁은 공간이라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

에 집중해 보았지만 하필이면 그 시간, 그 공간에 가서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대화들을 들었구나.


당신도 누군가에게 직접 예쁘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하긴 작은 여자가 좋다했었지,,

이젠 다른 여자들에게서 당신의 소식을 듣는 날이 오는구나. 그래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요즘 어때? 괜찮아?'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 답하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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