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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01. 2023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2

사랑은 타이밍


첫사랑은 기억 속에 묻어 두는 게 좋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과거의 내가 좋아하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를 수 있기에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라고.


그날은 오전 공연을 마치고 친한 동생 D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였다. 왜 하필 대화의 주제가 첫사랑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앞서 말했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길 들려주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음에 씁쓸해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연은 정말 생각지 못할 순간에 이미 다가와 있었다.


역 계단을 오르며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있던 찰나 정말 말도 안 되게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는 그 아일 발견했다. 그리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이름을 불러버렸다





얼마 전 이사 온 동네에 그 아인 이미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고 이미 독립한 상태라 잠시 집에 들렀다 가는 길이라 말했다. 그날 이후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상상해 봤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인사치레 말인 걸 알면서도 ‘예뻐졌다’라는 칭찬에 기분 좋아하며 D와 엄마에게 조금 전 이야기를 신나라 털어놓았다. (얼마 안 가 아이라인이 번져있는 거울 속 판다를 보고 경악했지만)


남들 이야기처럼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그 모습은 아니었다. 우린 이미 성인이 되었고, 시간은 흘렀으며 많은 것들이 변화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난 밀린 숙제처럼 그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이번만큼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오랜만에 한 번 보자'라는 말에  약속을 잡게 되었고   ‘이제는 정말 친구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아이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 자리에는 다른 친구 L도 함께 만나기로 해서 별 부담감도 없었다)




그러나 약속을 앞둔 며칠 전,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약속은 취소되었다. 사정이 생겼다며 미안해하는 그 아이에게 괜찮다고 했지만 한 때나마 내 첫사랑인줄 알았던 그 마음은 아쉬움 속에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때는 밉기도 했다. 그저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은 마음을 오해하나, 싶기도 하고 '차라리 친절하지라도 말지' 하며 좋았던 기억들이 모두 다 후회로 남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굳이.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할 필요는 없다며 나 자신을 단념시켰다.



어느 날 문득 동창회에 같이 가자는 연락이 왔었다. 그러나 인싸였던 (전교회장에 인기까지 많았으니) 그 아이와는 달리 친한 친구들끼리만 어울리던 난 그 자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동창이라 해도 서로 알지 못할 이름이 더 많을 그 자리는 생각만으로도 불편했다. 그러자 자신도 친한 사람이 별로 없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번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이미 예전과 같지 않던 나는 드디어. 그리고 유일하게 그 아일 만날 수 있는 그 자리를 거절했다.


그 이후 꿈을 꾸지 않았다. 그 아이에 대한 아쉬움도 그리움도 미련도 모두 싹 나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은 정말 정확한 가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2023년 올해.  난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질문을 그 아이에게 했다.



 

'내가 널 3년씩이나 좋아했었다고. 너는 그걸 알고 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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