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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r 21. 2024

앙숙과 함께 일을 한다는 건... 2

톰과 제리의 이야기 



톰과 제리 중에 누가 더 불쌍할까? 난 확실하게 톰이라고 생각한다. (제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잠시 나가주세요) 그녀와 나 역시 매일을 티격태격 거린다. 장난이 80% 이긴 하나 요즘 들어 그녀의 말재간에 당하는 나는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너 요즘 약 올리기 학원 다니니?'  (톰이 제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 먹는 게 아니다. 착하니까 봐주는 거지.)







이렇게 앙숙이라 말하면서도 우리가 붙어 다니는 이유는 서로를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함께 일을 하며 그 점을 많이 느낀다. 단편적인 예로 뭔가 기획하고 서류를 쓸 때 나는 '기획의도, 목표, 방향성'에 대해 담당해서 쓴다면 D양은 '단체 소개, 경력, 참여자 관리 방안'을 작성해 준다. 내가 전체적인 틀을 기획한다면 그녀는 가장 핵심적인 타이틀을 만들어 준다. (나는 이름 짓는 걸 정말 못하는 반면 그녀의 카피라이팅 실력은 정말 최고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 사람을 아는 제삼자도 우리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일하는 같다 말해준 적이 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 서로가 다르기에 가능한 것. 


난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D양은 날 이렇게 쳐다볼 때가 있다. 합성사진이 있는데 소름 끼칠 정도이다.  




D양과 나는 평소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다. 일, 취향, 정치, 건강, 가족, 사회문제 등등,, 요즘 들어 특히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생각을 자주 나누곤 하는데 이러한 대화를 통해 공감도 하고 의견차를 보이기도 하며 여전히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큰 감정기복이 없이 무난한 그녀와 내가 유일하게 감정적 혹은 자존심을 세우며 다투는 때가 있다면 그건 '일'. 일에 대한 자신들의 고집을 세울 때이다. 그밖엔 장난치며 투닥거리는 거 외엔 싸우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끝나지 않는 네버 엔딩 스토리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릴 때가 있긴 하지만 ㅎㅎ)  


그리고 나는 자존심이 세지만 그녀의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다. 특히 '사랑'에 관한 조언만큼은 그 비율이 굉장히 높다. 내가 감정적인 짝사랑에 빠졌을 때 그녀의 현실적인 조언들이 나의 명치를 가격한 것만큼의 큰 가르침을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쩜 그리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하는지 질투심이 강해 뾰족해지기만 했던 나의 마음을 다 잡아 준 것도, 짝사랑으로 슬퍼했던 나를 위로해 준 것도, 가장 가까이에 있던 D 양이었다. 그녀 덕분에 그 사람을 꽤 오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만해야 함을 깨닫기도 했었다. 


우스갯소리지만 정말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녀가 '괜찮은 사람이니 한 번 만나봐.'라고 한다

면 만나볼 의향이 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이상한 사람을 소개해주려 한다면 진짜 싸우자) 



 




이제 제발 좀 그만 붙어있자고 말하는 사이지만 현재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 것도 내가 제일 잘 아는 것도 D양인 것 같다. 물론 우리는 모든 것을 공유하진 않는다. 사랑도, 일도 어느 정도 각자의 비밀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로가 딱 말해주는 것까지만. 그 정도면 됐다 여긴다. 


앙숙과 일을 한다는 건 꽤나 골치 아픈, 약 오르는 일이 많기도 하지만 내 생각과 일을 조력자로서 늘 지지해 주고 나의 장점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건 많이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나의 자존감 지킴이이기도 한 그녀를 내가 많이 아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가까운 그녀에게 내가 말실수를 했던 건 아닌지, 선을 넘은 순간이 있는 건 아닌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가깝고 익숙한 존재일수록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절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겠지. 


그녀는 외국으로 보내달라, 외국으로 진출하자며 떠나고 싶단 말을 많이 하지만 앙숙케미여도 오래도록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이 좋은 나는 따라갈 생각이 없기에) 그녀가 외국으로 도망가지 않도록 일을 더 벌리거나 한국에서 시집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아주 멋지고 좋은 사람에게. 


믿고 의지할 만한 앙숙이 있다는 건 꽤나 아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니 약 오르고 얄미울 때가 있어도 좀 더 잘 참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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