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인스타 스토리에 롤러코스터 플레이리스트를 올렸다. 사랑도 모르던 중학생이 좋아했던 노래라며 혹시 롤러코스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얼마 전부터 롤러코스터의 '습관'을 흥얼거리고 있지만 일부러 듣고 있지 않고 있던 나는 답장을 보내는 대신 하트버튼만 꾹. 눌렀다.
#1
처음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알게 된 건 한 때 우리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귀여니 소설을 읽고부터였다. 얼핏 떠올려보자면 인터넷 소설 '그놈의 멋있었다'에서 여자주인공이 '습관'을 불렀고 나는 노래를 검색해 본 뒤 롤러코스터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다. (번외로 '그대여 비가 내려 외로운 날에 그대여 짬뽕을 먹자'라는 황신혜 밴드의 노래도 곧잘 따라 부르곤 했다)
#2
요즘 방영 중인 '선재 업고 튀어' 드라마 속 배경이 딱 나의 학창 시절과 겹치는데 싸이월드와 패션, 음악과 감성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지금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그 당시 인기 많았던 인터넷 소설 대사와 싸이월드 감성글들이 패러디되곤 하는데 어릴 적엔 설레던 대사들이 지금은 왜 이리 유치한 건지 우습기도 재미있기도 하다. 특히나 귀여니 소설 속 대사와 이모티콘은 여전히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어떤 시기엔 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우린 그런 유치한 감성과 글들에 열광했었다. (한 평론가는 귀여니의 소설을 비판하기 위해 소설을 읽었다가 그녀의 팬이 되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나 역시 지금 와서야 '그때 인터넷 소설이 잘못된 환상을 주어 내 연애를 다 망쳤어!'라고 투덜거리지만 인터넷 소설은 여자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로망을 잔뜩 담아둔 로맨스이다 보니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자의 야동은 로맨스 소설'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데렐라, 일진과의 연애' 이런 이야긴 그때도 지금도 별로이지만 츤데레에게 심쿵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훅 치고 들어오는 (관심 있다, 좋아한다 솔직하게 감정을 말하는) 남자에게 훅하고 빠지게 되는 건 과거나 현재나 이 망할 인소 때문이라 여전히 우기고 싶다.
#3
지인처럼 사랑도 모르던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 '습관, 숨길 수 없어요, Last Scene, Love Song, 너에게 보내는 노래 등등,,' 참 많이 듣고 참 많이 따라 불렀다. 단순히 따라만 부르던 노래를 어느 순간부터 가사를 읊조리며 듣게 되었고 마음이 더 가는 곡들이 생겨버렸다. (아마 한 번쯤은 나처럼 마음을 대변하는 곡을 골라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해두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시기마다 와닿는 곡들이 다르긴 하지만 그때마다 롤러코스터의 노래들이 그 시절 나의 감성과 기억을 소환시킨다.
#4
돌이켜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심심하고 지루하던 나의 학창 시절을 설레게 만들어주었었다.
어리고, 예민하고, 너무 감성적인 시절이라 더 좋아한걸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감성이 지금 성인이 된 나를 7할 정도는 책임지고 있다 생각한다.
나처럼 롤러코스터를 좋아했던, 그 플레이리스트가 담긴 스토리를 보며 문득 오랜만에 노래를 듣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조금은 다른 의미로 입에서 자꾸만 가사가 읊조려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온전히 듣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